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제주공항의 항공기 수용능력 증대방안에 대해 시중에 관심이 많다. 항공관제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 이착륙횟수를 늘리면 제2공항을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제주공항의 운영실태는 어떠하며, 과연 수용력을 대폭적으로 늘릴 여지는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제주공항의 항공교통량은 2016년에 연간 수용능력인 17만2000회를 넘어 포화된 상태로 더 늘지 않고 답보상태에 있다. 공항의 수용능력 증대는 활주로, 계류장, 대합실, 항공관제업무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되는데, 그 중에서 활주로시설과 관제능력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항공관제업무는 안전성과 신속성, 정시성을 목표로 해 안전하면서 빠르게, 그리고 공지된 시간표상의 출발과 도착이 잘 지켜지게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활주로 이착륙횟수 증대만을 보면 착륙하는 항공기와 다른 항공기간 거리를 얼마로 두느냐가 관건이다. 도로에서 속도에 따라 자동차 차간거리가 사고발생률에 영향을 주는 것과 같이, 항공기간 거리를 많이 두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신속한 흐름을 위해 간격을 짧게 하면 안전성이 우려된다. 그래서 적정 기준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에 의해 국토부에서 정한 규정에 따르고 있다.

현재 제주공항에서는 주활주로를 단일 활주로로 하고, 착륙항공기와 뒤따르는 항공기간 거리를 약 9해리(16㎞)로 하면서 그 사이에 1대를 이륙시키고 있다.  날씨에 상관없이 같은 조건에서 일정하게 레이더로 유도하고 있다. 조종사는 이륙할 때 모든 기기의 작동여부를 활주로에 들어서면서 다시 점검하고 출발한다. 만일 이 과정에서 조종사가 지체하면 접근하던 항공기는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공중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를 복행(復行)이라 한다. 수용력을 높이기 위해 비행기간 간격을 좁히는 공항에는 이런 일이 가끔 발생하지만 우리나라 공항에서는 적당한 거리유지로 복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러한 기준으로 제주공항은 이론상 1시간에 최대 40회(평균대당/1분30초)가 가능한 것으로 검토됐으나, 현장에서는 35회(대당/1분43초)로 운영하고 있다. 비행에서 항공기간 시간차는 속도의 미세한 차이로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이론상 40회는 절대용량이라 하고, 실제 35회는 실용용량이라 하여 활주로 운영 기준이 되지만, 그 이상 절대 불가한 것은 아니고 바쁜 시간대는 36회, 37회가 되는 경우도 있다.

관제장비의 노후화가 능력증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레이더유도에서 항공기간 거리를 줄여 수용능력을 늘릴 수 있으나, 이것은 관제기술보다는 안전정책상의 문제다. 새로운 관제시설과 장비는 편리와 안전성을 보강해 주고, 비행기간 간격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크게 수용능력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미래항행시스템의 개발과 새로운 관제기법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방법도 검토되고 있으나, 일반화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보조활주로를 이용한 수용력증대는 오래전에 검토 후 폐기한 것으로 실현가능성이 없다.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지 않는 특수한 이착륙증대 사례를 제주공항에 적용하기는 한계가 있다. 여러 여건이 갖춰야 하며, 이를 개선한다 해도 임시적으로 대응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제2공항을 건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늘릴 수는 없다. 수용력 증대를 위해 항공기간 간격을 줄이며 무리하게 운행할 것인가, 아니면 효율성이 조금 낮아도 사고가 없도록 안전성을 높일 것인가에 대해 책임이 있는 정책운영자는 늘 고민한다.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일까. 정부는 후자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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