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태풍 후유증 밭작물 등 3103㏊ 휴경 신청…특정작목 쏠림 등 불안
돼지 생산원가 수준 하락 등 축산업 걱정 태산, 양식 광어 '개문휴업'속출

"움직이기만 해도 손해를 보는 상황입니다. 뭘 하려고 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제주 1차산업이 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과 자연재해, 가축전염병, 처리난 같은 단어가 한꺼번에 집중되며 살 떨리는 가을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농업과 축산업, 수산업 어느 하나 마음을 놓을 부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8월 말 가을장마에 이은 세차례 태풍, 우박·돌풍 등으로 제주도 등에 신고한 농작물 누적 피해 면적은 1만5953㏊ 상당에 이른다. 최종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전체 경지 면적(5만9338㏊·통계청·비경작 포함)의 4분의 1 이상이 침수 및 유실·폐작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중 휴경보상금을 신청한 면적만 3103㏊에 이른다. 재파종에 대한 부담은 물론 수년째 반복중인 처리난 등에 따른 불안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해석된다. 농업인 단체들에서 올해를 '농업 최악의 해'로 선언하는가 하면 '재해 지역 선포'를 호소할 만큼 농심이 황폐해 있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월동무 등 특정 작목 쏠림에 대한 걱정과 타지역 작황 영향까지 살펴야 하는 등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축산업 역시 표정을 풀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방역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가격 하락세까지는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18일 현재 제주산 돼지 산지 가격은 100㎏(생체) 36만 8000원으로 전달 44만9000원에 비해 18.4%(8만1000원) 떨어졌다. 1년전 39만7000원에도 7.4% 못 미치는 가격이다. 간신히 생산원가 수준을 했다. 생산 마리수가 늘어난 상황도 있지만 전반적인 소비 둔화 상황까지 맞물리며 약세에서 벗어나 못하는 실정이다. 대체육으로 소비가 늘어난 닭고기는 지난달 1㎏ 741원이던 가격이 1200원으로 61.9% 올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아직 23.4%나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사료비값이 많이 오른데다 외상 기간이 길어지며 파산 위기를 호소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태풍으로 폐사한 가두리양식장 돌돔. 사진=연합뉴스

수산업 사정도 편치 않다. 올들어 현재까지 태풍 7개가 제주 해역에 영향을 미치며 조업량 부족으로 인한 손해가 큰 상황이다. 제주산 양식 광어는 시장 격리를 해야 할 만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미 양식장 2곳이 문을 닫았고 아예 운영을 하지 않는 업체도 여럿 있는 상황이다. 이후 가격 회복 여부도 불투명해 매물을 검토하고 있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양식업계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고 양어장 가동을 중단했다는 업체가 나올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며 "가능한 소비를 해서 해결해야 하는 데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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