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관 문화예술학 박사·공연기획자·논설위원

지난주 LG아트센터와 서울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두 개의 대작 발레 공연이 있었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명작 발레 '백조의 호수'가 예술의전당에서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창작발레 '심청'이 개최됐다. 

LG아트센터는 모기업 LG연암문화재단인 민간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근거리에 위치한 공립기관인 예술의전당과는 운영방향이 다르고 프로그램 또한 차별성을 둔 공연들로 프로그램밍돼 운영된다. 문화예술의 창작과 교류를 통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명분으로 2000년 건립된 최첨단 다목적 공연장이다.  

'심청'은 한국 고전을 정통발레로 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발레이면서, '춘향'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 발레공연이다. 또한 지난 30년간 국내는 물론 해외투어를 통해 우리나라 발레를 전 세계에 알린 공연으로 1986년 국립극장 초연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떠올랐다. 그 당시 수석무용수였던 문훈숙은 현재 단장을 맡고 있으며 창작발레에 대한 열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한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는 천재 안무가 매튜본의 작품으로 차이콥스키의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기존의 백조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 발레리나였지만 매튜본은 백조의 거칠고 공격적인 본성 그대로를 신예 남성 발레리노를 써서 무대 위에서 이를 실현하고자 했다. 실제 공연에서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발레리나 백조가 아닌 근육질의 조금은 무시무시한 발레리노들을 등장시켰다. 

위 두 작품은 공연예술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면서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관객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다. 제작 당시 모두 이야깃거리가 많은 작품으로 공연계나 문화예술계에서는 우리 전통고전소설 '심청'을 가지고 서양발레를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회자됐으나 제작 후 해외공연후의 전문가와 관객 평단은 '동서양의 아름다운 조화'라 했고, 1986년 국립극장 초연 이후 미국 3대 오페라극장인 케네디센터, 뉴욕링컨센터, LA뮤직센터 등은 물론 파리, 모스크바 등 전 세계 투어에서 찬사를 받았다. 

지난주 예당의 실제공연에서도 서양의 화려한 드레스를 넘어선 한복을 중심으로 한 막 마다의 다양한 의상과 조명은 그 어떤 발레나 오페라보다도 뛰어났다.  
또한 매튜본의 백조는 1995년 런던의 극장에서 초연하면서 반향을 불러일으킨 공연이었다. 당시 남성무용수가 백조를 연기한다는 것은 무용계에서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실제 초연 공연 중 일부관객들은 퇴장하기도 해 '게이 백조의 호수'라고 빈정거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이 작품은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역사상 가장 롱런한 무용공연이면서 1997부터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며 역사상 최장 무용공연 기록을 수립한 공연으로 공연 역사에 남겨진 작품이다. 

무용계의 이단아에서 세계가 가장 사랑받는 안무가이자 이름만으로 무용계의 브랜드가 된 매튜본, 한국전통의 이야기를 서양 발레와 접목해 불가능을 가능과 희망으로 만든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의적 마인드는 고정관념을 넘어선 혁신가의 새로운 모습이자, 세상을 변화시키는 핵심이었다. 

마치 서양음악사에서 고전음악의 정형성을 깨뜨리고 넘어서 낭만 음악의 시작을 알린 루드윅 베토벤처럼, 기존의 정형성을 깨뜨리지 않았다면 낭만음악이나 그 이후의 서양음악사는 어떻게 쓰였을지 누구도 모를 일이고, 무용계의 발레는 그냥 정통발레만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통은 그저 국내에서만, 우리만 알고 있는 이야기로 끝났을지 모른다.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도 아마 그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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