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경남대학교 교수·한국교육학회장·논설위원

최근 일부 고등학교에서 몇몇 교사들이 시험문제와 학교행사에서 정치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견해를 강조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한 교사가 중간고사에 교육과정과 교과 내용과 관계없는 현재 정치적 논란을 낳고 있는 사안을 소재로 해 문항을 출제했다. 그리고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일부 교사가 마라톤 행사를 정치색이 들어간 행사로 만들었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러한 보도를 접하면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시사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하기 위한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쟁점 사항에 대해 어느 일방의 견해를 강요하는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무리 고등학생이라고 할지라도 학생들은 아직 정치적으로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여러 쟁점에 대해서 교사의 강요로 인해 편향된 시각이나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많은 국민은 초·중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교사가 생각하는 견해를 일방적으로 마음대로 가르쳐도 되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교사가 가르치는 상황에서 가질 수 있는 자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르치는 상황에서 교사의 자유란 교과서의 내용을 학생에게 가르치기 위해 적합한 소재를 선택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교사는 국가 교육과정에 근거해 집필된 교과서 내용을 교육내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교과서의 내용을 답습하지 않고, 학습자의 사고와 판단을 자극하면서 문제해결의 생생한 경험을 가질 수 있는 교육내용으로 구성할 자유를 갖는다. 교사는 가르칠 때 특정의 교과 내용을 학생들의 지적 수준에 맞게 교육내용으로 재해석해야 하고 그들의 필요와 흥미를 고려해 적절한 방법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사가 가르치는 상황에서 가지는 자유는 쟁점 사항에 대해 어느 일방의 견해를 강요하거나, 교과서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것까지 포함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초·중등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은 일종의 집합적 선호에 해당하는 것으로써 교사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는 자신의 독특한 견해를 가르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고, 학교 밖으로부터 교육내용에 가해지는 다양한 압력과 요구를 합리적이고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교사는 대부분 초·중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내용에 관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유능한 설명자이기 때문이다. 대학과는 달리 교사로부터 배우는 초·중등학교 학생들은 같은 문제에 관해 다른 교사들로부터 다른 관점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교사는 쟁점 사항을 가르칠 때 다양한 견해를 균형 있게 소개해야 한다. 

나머지 하나는 고등학교 학생이라 하더라도 그 학생들은 교사가 말한 것을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등학교 교사가 수업 중에 역사발전에 관한 계급론적 설명을 했을 때 그 교사의 해석을 논박(論駁)하고 나설 수 있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교사는 미성숙한 학습자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교육내용을 구성하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지는 자유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하고 조심성 있게 행사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지는 자유는 그만큼 제한적이다. 교사의 가르칠 자유는 학생에게 정치적 교화를 하는 자유가 아니다. 논쟁적인 것은 논쟁적인 대로 가르쳐야 할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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