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령서, 작전일지 등 1차적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그 동안 학문적 연구의 사각지대로 남겨졌던 제주 4·3 당시 제주경찰의 역할을 규명한 연구결과가 처음으로 발표됐다. 제주 출신 양봉철씨(47)는 최근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논문으로 제출한 ‘제주경찰의 성격과 활동연구’를 통해 4·3 당시 제주경찰은 소극적 의미의 치안유지활동보다는 건국과 호국을 위한 준 군사적인 전투경찰, 고문과 집단학살을 자행한 국가폭력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군정과 조병옥·이승만 등 단정 추진 세력의 하수인, 친일파·이북출신이라는 배경을 가진 극우반공주의자들의 전위대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4·3 당시 제주경찰의 시기별 활동을 △경찰조직형성기(1945.8∼1947.2.28) △응원경찰 공세기(1947.3.1∼1948.4.2) △군·경 갈등기(1948.4.3∼1948.5.10) △군·경 합동토벌기(1948.5.11∼1954.9.21)로 나눈 양씨는 당시 제주 경찰의 인적구성, 응원경찰의 활동, 학살에 대한 경찰의 의식 등을 검토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양씨는 해방 이후부터 1954년 9월까지 약 10년 간 제주경찰에 근무했던 최고책임자, 경찰서장, 도경간부들의 출신과 경력을 조사, 경찰책임자의 상당수가 일제경찰 경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양씨의 분석에 따르면 제주경찰의 최고책임자 15명 중 8명(53.3%)이, 제주관내 경찰서장의 47.2%(만주군 출신 포함)가 일제경찰 경력자다. 4·3 전후 제주경찰서장의 경우 15명 중 11명(73.3%)이, 제주도 경찰국 간부 42명 중 26명(61.9%·일본군 출신포함)이 일제시대 경찰경력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귀포 출신인 양씨는 제주대 경영학과를 졸업, 현재 서울 대동정보산업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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