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서귀포의료원장

우리나라에 지방의료원이 35곳이 있는데 이 가운데 그나마 종합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몇 군데 안 된다. 서귀포시민들의 눈높이에는 모자라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서귀포의료원이다.

병원 민원은 보통 환자 수에 비례해서 발생하는데 서귀포의료원 응급의료센터도 환자가 많아서 민원이 많은 편이다. 작년에 우리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는 3만6300여명으로 하루 평균 100명의 환자가 방문했다.

35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서울의료원 다음으로 응급실환자가 많다. 서울의료원은 병상수가 600병상이 넘고 규모가 큰 다른 지방의료원들도 500병상이 넘는데 서귀포의료원은 288병상으로 지방의료원 가운데서는 중간 규모다.

병원규모까지 고려하면 응급실 환자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셈이다. 얼마 전까지 7명의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었고 간호사 수로 평가하는 응급실 간호등급은 지금도 꼴찌 바로 앞인 8등급이다. 엄청난 과부하가 걸려있는 셈이다. 이런 열악한 근무환경은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불친절 등 민원의 한 원인이 됐다.

작년 한 해 서귀포시관내 119 응급환자 이송현황을 보면 전체 환자이송 6449건 가운데 86.7%인 5595건이 서귀포의료원으로 이송됐다. 물론 이 가운데는 시간을 다투는 중증응급환자들도 섞여있다. 하루 평균 2.5명의 환자는 서귀포의료원 응급실에 왔다가 다시 제주시 병원으로 간다. 의료원을 거치지 않고 제주시 병원으로 바로 간 경우는 689건으로 10.7%를 차지했다. 

서귀포의료원에는 응급실근무 의사를 빼면 30명 정도의 전문의가 있어서 대부분의 진료과가 전문의가 1~2명인 셈이다. 인턴 3명 외에는 레지던트도 없다. 이런 진료환경에서는 중증환자를 진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서 큰 병원으로 전원하는 환자가 많이 생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종합병원이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제주도와 서귀포의료원이 손잡고 응급의료센터 기능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음압치료실 등 시설 및 장비 보강에 이어 이번 달부터는 응급실근무전문의도 9명으로 늘렸다. 내년 3월에  간호사 5명을 더 충원하면 응급실의 과부하도 어느 정도 해소돼 서귀포시민들이 받는 응급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응급실 기능이 강화돼도 뇌졸중 등 필수중증진료기능이 강화되지 않으면 반쪽짜리밖에 안돼 전원환자가 줄어들기 힘들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호흡기내과, 뇌졸중 등 필수중증진료기능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2018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서귀포의료원은 전국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이 포함된 116개 지역응급의료센터 가운데 66등을 차지해서 도내에서는 두 번째로 높았다. 내년에 필수중증진료기능 강화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서귀포의료원은 시민들이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지방의료원이 될 것이다. 나아가서 430병상으로 증축이 실현되면 서귀포의료원은 민간 종합병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종합병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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