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조생 비상품 시장 가격 혼선…비날씨·이른 설 등 판매 기간 제약
주52시간 적용 대책 감감·소비 둔화까지 악재 "농가 동참 절실"호소

올해산 제주 감귤이 연이은 악재(惡材)에 흔들리고 있다. 9월 잦은 비날씨 여파로 상품 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출하 초반 가격 약세 상황이 심상치 않다. 주52시간 적용에 대한 대안을 찾지 못한 상황에 내년 이른 설로 처리 기간마저 짧아지는 등 설상가상이다.

28일 제주도와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가락 등 주요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올해산 감귤 처리가 쉽지 않은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을 장마와 세 차례 태풍 파장은 예상보다 큰 실정이다. 25일 기준 주요 도매시장의 감귤 가격은 6000원(5㎏)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00원과 900원 차이가 난다. 1년 전 최저가격이 1300원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2000원대인 현 상황은 양호할 수 있지만 2017년 4만3300원 수준이던 최고가가 올해 3만3000원까지 밀리는 등 가격 지지에 경고등이 켜졌다. 추석 이후 주요 과일들이 도매시장에 쏟아지며 품질에 따른 가격 격차가 평년에 비해 커진 때문이다.

여기에 비 날씨 등으로 극조생 처리가 평년 대비 15~20일 정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11월 조생 출하 초반 가격 약세까지 우려되고 있다.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해산 극조생 비상품 산지 격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체 신청량의 69% 수준 처리에 머물고 있다. 신청 기간을 당초 25일에서 31일로 연장했지만 농가 참여 없이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잇따른 태풍과 집중호우로 감귤이 썩는 피해를 입은 서귀포시의 한 감귤 농장 모습.

당장 급한 불을 끈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더 있다. 내년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는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위기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노지감귤을 기준으로 11월 출하를 시작해 이듬해 1월까지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처리한다. 이 기간 동안 24시간 3교대 근무체제를 운용할 경우 현재 투입 인력의 1.5~2배 정도가 필요한 상황이나 현장에서는 인건비 하락으로 인한 숙련 인력 이탈에 신규 인력 확보라는 과제를 동시에 떠안아야 할 판이다. 여기에 유통비용이 30~40% 늘어나게 되면 농업 선진화 등을 목적으로 도입한 APC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등 감귤 산업 혼란은 물론 지역 경제 악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생산자단체로 구성된 ㈔제주감귤연합회가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방문하는 등 대안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당장 발등 불을 끌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걱정이 큰 상황이다.

제주농협 관계자는 "전반적인 소비침체 영향으로 1차 산업 전체가 고전 중이라 감귤류 가격 관리가 쉽지 않다"며 "지금으로서는 철저한 비상품 격리로 가격을 지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농가 차원의 동참을 호소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