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제주국제대학교 교수·융복합관광센터장·논설위원

남프랑스 지중해 연안 인구 3만명의 소도시인 망똥에서는 매년 레몬 특산물을 소재로 축제가 열린다. 과거 부유한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명성을 누리면서도 유럽 제1의 레몬산지라는 지역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으나 1929년부터 한 호텔업자가 호텔 정원에 꽃과 감귤류를 이용한 전시회를 열면서 시작됐다. 축제가 열리는 20일동안 40만여명의 방문객이 찾을 정도로 이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만 약 4000만유로(약 400여억원)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전북 임실군은 매년 치즈축제로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내세울만한 관광자원이나 특산품이 없던 1967년 벨기에서 온 한 천주교 신부가 산양유를 이용해 치즈를 만든 것이 그 시초다. 매년 10월에 개최되는데 2011년 첫 축제 때는 4만명이 찾았으나 올 '2019 임실N치즈축제'에는 역대 가장 많은 43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성장했다. 이 축제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만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축제의 성공요인은 지역의 특산물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결합이다. 특히 망똥축제의 경우 축제를 통해 '레몬'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망똥'을 판매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갈수록 6차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축제는 제주에게는 타산지석이다. 왜냐하면 제주가 6차산업의 최적지라고 자타가 공인하면서도 정작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는 도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6차산업이란 '1+2+3=6차산업'이라는 의미에서 명칭이 생겼다. 농촌융복합산업으로 일컬어진다. 1차산업 농수축산물의 단순 판매보다 6차산업에 접목시킬 경우 6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가져온다는 보고도 있다.

제주는 감귤과 밭작물, 축산물과 수산물 등 다양하고 품질 좋은 1차산업 생산물을 자랑한다. 여기에 청정이미지와 FAO세계중요농업유산인 제주밭담,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제주가 6차산업의 최적지임을 뒷받침하는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 제주가 이러한 장점과 기회 요인들을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다른 나라는 고사하고 우리나라 각 지자체가 6차산업 육성에 적극적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2020년까지 6차산업의 시장규모를 10조엔으로 증가시키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제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주의 강점 중의 하나인 마이스산업과 결합한 시너지효과 창출에 진력해야 한다. 현재는 마이스 분야 중 국제회의 개최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제주가 최적지라고 평가받고 있는 6차산업을 활용해 국제규모의 전시회를 개최하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대구의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 부산의 국제게임컨퍼런스(G-STAR), 킨텍스의 서울국제생산제조기술전처럼 세계적인 전시회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전시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효과로 논하기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미래 가치를 따지면서 투자해야 하는 인프라 산업인 만큼 그 당위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중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19 6차산업 제주국제박람회-파밍플러스 제주페어(Farming+ @JEJU Fair)'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은 고무적이다.

우수제품 전시와 체험, 푸드쇼, 컨퍼런스, 팸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이 박람회에서는 30만여달러의 수출계약 성과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1차산업과 연계된 사업의 다각화를 뜻하는 6차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1차산업 외의 소득을 향상시켜 농촌경제를 지지하는 대안으로서 평가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6차산업과 연관된 농촌관광, 체험상품, 가공식품의 개발과 수출로 이어지는 국제적인 전시회의 상설 개최는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이의 구체적 실행 계획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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