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광어는 제주는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식 어종이다. 보통 사람이 한점 맛보기도 힘들만큼 최고급 어종이던 광어는 1980년대 성공한 양식이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가격이 낮아지자 '국민횟감'으로 자리잡았다. 광어 양식에 있어서 제주는 독보적이다. 제주의 광어 양식산업은 1985년 첫발을 내디딘 후 지난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하며 성장해 왔다.

제주산 광어는 국내 전체 양식광어 생산량의 60%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2017년말 기준으로 전국 광어 양식장 531곳 가운데 360곳이 제주에 있다.

수출 효자 품목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광어 3000여t이 세계 10여개국으로 수출되는데 95∼98%를 제주산이 차지한다. 정부가 제주산 광어를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할 만큼 세계시장을 개척할 대표 품목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런 제주산 광어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산 광어의 출하 가격은 지난해 7월까지 ㎏당 1만2000∼1만3000원대였던 것이 하락세를 멈추지 않으면서 올초 들어서는 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횟감 수요가 높은 7∼8월  중 가격이 잠시 9000원대로 오르는가 싶더니 최근 다시 8000원대로 하락했다. ㎏당 생산원가가 1만원에도 못미치면서 광어 양식 어가들의 채산성도 갈수록 악화되고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산 광어 가격이 크게 떨어진데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국내산 광어 수출량의 80%를 차지하는 최대 수입국인 일본이 수산물 검역을 강화하면서 수출이 크게 줄었다. 올 상반기 제주산 광어의 대일 수출 규모는 455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7.9%나 감소했다. 여기에 경기침체 등으로 광어 소비가 둔화된데다 노르웨이산 연어, 일본산 활방어 등 다른 대체 수산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입이 증가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네이버와 구글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분석한 트렌드 지수에 따르면 방어는 매년 겨울 다른 어류에 비해 트렌드 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연어는 연중 트렌드 지수가 높아 광어, 우럭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이 찾는 대표 어종이 되고 있다. 지난해 연어 수입량은 3만7335t으로 전국 광어 생산량(3만7267t)과 비슷할 정도다. 일본산 활방어 수입도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제주산 광어의 위기감이 커지자 제주도는 급기야 '산지폐기'라는 대책까지 내놨다. 14억원을 투입해 도내 양식장에서 기르고 있는 광어 400∼600g급 중간 크기 200t을 올해말까지 수매 후 폐기처분하기로 했다. 내년 3~4월 1㎏ 이상으로 성장해 출하되면 시장가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선제적으로 격리하겠다는 것이지만 기대 효과는 썩 긍정적이지 않다. 

제주어류양식수협이 이미 올해 8월말까지 자체자금 35억원을 투입, 1㎏급 광어 312t을 수매 후 시장에서 격리 조치한 바 있지만 가격은 예년에 비해 20%이상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주산 광어 가격 하락 원인이 다양함에도 당장의 물량만 조절하고 보자는 산지폐기나 소비 확대를 호소하는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제주산 광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주산 광어의 차별을 위해 무항생제 양식체계 구축 등 안전성 확보가 필수다. 생산원가 절감 및 환경내성에 강한 품종 개발과 함께 횟감에만 머물지 않고 광어 가공·유통센터를 통한 6차산업화 추진 및 제품 개발 등에도 나서야 한다. 

양식 어업인들 역시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함은 당연지사다. 이와함께 중·장기적으로는 광어에만 의존하는 제주양식 품종의 다변화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