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제주감귤

1000년 전 고려시대 역사에 등장
공납량 늘어 고난의 원인 되기도
1960년대 이후 급성장 '대학나무'
감기·고혈압 예방 등 몸에도 최고

감귤의 계절이 돌아왔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달콤새콤한 감귤맛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른다. 제주의 상징과도 같은 과일인 감귤은 제주 사람들과 1000년이 넘도록 함께 해온 삶과 역사 그 자체다.

제주에서 감귤 재배의 역사는 10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사에 의하면 백제 문주왕 2년인 서기 476년 4월 탐라에서 감귤로 추측되는 방물(方物)을 헌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고려사 세가에는 고려 문종 6년(1052년) 3월에 '탐라에서 세공하는 귤자의 수량을 일백포로 개정 결정한다'고 나와 있다. 해마다 정례적으로 감귤을 공납했다는 뜻으로 탐라의 감귤세공의 유래가 자못 오래됐음을 알 수 있다.

'감귤(柑橘)'이란 용어도 600년에 가까운 역사를 담고 있다. 세조 원년(1456년)에 제주도안무사에 내린 유지 「세조실록」을 보면 '감귤은 종묘에 제사 지내고 빈객을 접대함으로써 그 쓰임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어 감귤의 종류간 우열, 제주과원의 관리실태와 공납 충족을 위한 민폐, 사설과수원에 대한 권장방안, 번식생리와 재식확대, 진상방법의 개선방안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감귤 재배는 관리들의 강요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공납량도 해마다 늘면서 제주인들에게 괴로운 노역이기도 했다. 

1526년 5곳의 방호소에 과원(果園)을 설치했고, 1530년에는 과원이 30곳에 달했다. 중앙에서 요구하는 감귤량이 워낙 많아 이를 충당하기 위한 조치였다. 1704년 이형상 목사 시절에는 관과원이 42곳으로 늘어났다.

지방관리들의 횡포까지 가중돼 민폐가 많았던 관계로 조선말기에는 차츰 감귤 재배가 줄어들다가 근대에 이르러 고종 31년(1893년)에 진상제도가 없어진 이후는 과수원이 황폐화 되어갔다.

일제강점기에 들어 새로운 감귤품종이 도입되면서 재래종은 점차 없어지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품종은 밀감류인 '온주밀감'을 비롯해 현재 재배되고 있는 감귤품종들은 대부분 오래되지 않은 것들이다. 

1902년 프랑스 출신 엄탁가 신부가 1911년 일본에서 추위에 잘 견디는 온주밀감 15그루를 들여와 심은 것이 현재 제주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는 온주밀감의 효시다. 서귀포시 서홍동의 천주교 복지 수도원에 심었던 나무 중에 한 그루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일제주인들의 감귤묘목보내기 운동에 힘입어 온주밀감이 대량 보급됐고, 1964년부터는 농어민 소득증대 특별사업으로 정부지원에 의해 감귤산업이 급속히 성장해 '대학나무'라 불릴 정도로 제주인들의 든든한 소득작물이 됐다.

온주밀감 뿐만 아니라 최근 인기가 높은 만감류, 금감류, 오렌지류 등 감귤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세계적으로 100여개국에서 2000여종이 재배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400여종이 있다. 이중 주로 재배되는 것은 40여개 품종이다.

밀감류는 자연재배하면 10~12월에 수확하는데, 이듬해 2~3월이 넘어서 수확하는 부지화(한라봉)와 세토카(천혜향) 등의 품종을 '만감류'라고 한다. 제주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만감류 품종은 부지화와 세토카, 감평(레드향), 베니마돈나(황금향) 등이 있다.

감귤의 효능은 '감기 예방' 효과가 널리 알려졌지만 이외에도 많다.

서귀포시감귤박물관에 따르면 감귤은 비타민 C의 작용으로 피부미용과 피로회복에 좋으며 칼슘의 흡수를 도와준다. 특히 귤 껍질은 비타민C의 저장고라고 할 수 있으며, 말려서 한약재로 쓰거나 목욕물에 담가 향긋한 입욕제로 이용하면 좋다. 비타민P와 껍질의 테레빈유는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동맥경화, 고혈압을 예방해준다.

이밖에도 귤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구연산이 들어 있어서 피로 회복이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는 천연 '약'이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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