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가을 하늘 공활 한데, 높고 구름 없이…" 애국가의 3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한반도에서 더 이상 깨끗한 하늘을 바라볼 수 없는 계절이 되었다는 점은 이제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국내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11월이 되면 중국 북부지역에서 본격적으로 난방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어느 지자체도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됐고, 따라서 국가는 더욱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수립하고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국제적 협력을 통한 저감대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난 9월 말,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제1차 국민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이 제안은 올해 4월 이후, 5개월간 5개 전문위원회 130여명의 전문가, 500여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이 토론과 숙의를 거쳐 마련됐다.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심각해진 미세먼지 해법을 국민이 직접 참여해 마련한 첫 사례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9월 말 본회의를 열어 이러한 대책을 의결·확정한 뒤 청와대에 제출했고, 정부는 관계 법령을 손질한 뒤 11월부터 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대책은 산업·발전·수송·생활·건강보호·국제협력·예보강화 등 7개 부문의 21개 단기 핵심과제로 구성됐다.

그러나 국회 국정감사에서 맑은 하늘을 되찾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고도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건의 발단은 기상청과 환경부의 부처 이기주의에 황사·미세먼지 예보가 엇박자로 나오면서 시작됐다. 예보기관이 이원화된 원인도 있지만 예보해석도 달랐다는 점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지금까지 황사는 기상청이, 미세먼지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예보를 맡아 왔다.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에 따라 PM-2.5(초미세먼지)와 PM-10(미세먼지)으로 구분되고 황사는 대부분 PM-10에 속한다.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두 기관이 각각 예보해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11월, 두 기관이 서로 다른 예보를 발표하면서 혼란이 발생했고, 정부는 기상청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공동으로 '미세먼지-황사 비상 대응팀'을 설치해 국립환경과학원 예보관이 대표를 맡아 미세먼지, 황사 예보를 통합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문제는 국민의 입장에서 황사와 미세먼지를 구분하는 것이 별의미가 없을뿐더러 이러한 예보가 사회적 혼란과 낭비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미세먼지 관련예산을 중점예산으로 편성할 만큼 미세먼지의 폐해는 국가적 현안이다. 그러나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예산을 3조4000억원 책정한 가운데 미세먼지 배출을 늘리는 화석연료 보조금 예산으로는 이보다 1.7배나 많은 5조8000억원을 책정한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2024년까지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지난 2016년 대비 35% 이상 줄이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을 내놨고, 5년간 20조원을 투자해 계절에 따라 미세먼지를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미세먼지로 뒤덮인 대기환경을 개선할 정부의 내년 사업 예산이 줄줄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지독한 미세먼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고 추경을 통해 조 단위의 예산이 확보됐는데도 집행률이 더디자 내년 예산을 축소한 것이다. 

그리고 국제공조도 문제다. 정부는 중국과의 공동 대응을 '청천계획'이라 명명해 이어가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미세먼지 저감 사업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이 동부지역에 석탄발전소 추가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는데도 정부는 국내 요인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무래도 올가을과 겨울 그리고 내년 봄까지 마스크에 의지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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