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국장

제주도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이 마무리됐다. 이제 도의회 예산심사가 남아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제주도 세입은 지난해 상승폭이 크게 둔화된 데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써야 할 곳은 계속 늘어나는데 세입은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가 2020년 예산편성과 관련해 일반회계 재원 분석 결과 가용재원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세의 경우 올해 취득세는 부동산 경기침체와 차량등록 감소로 4202억원에 그치며 전년 5372억원보다 무려 1170억원(27.8%)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세출은 인건비 및 법의무적 경비(사전예산편성 포함) 증가 외에 국고보조금(균특이양 포함)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방비 부담도 2300여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제주도의 가용재원은 전년도 보다 3000여억원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도는 부족재원 확보를 위해 △도-행정시의 자체사업 심사액 전년대비 10% 절감 배분 △시찰·견학성 경비와 행사성 경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연구용역비와 단순 행사성 공기관경상위탁비 제로 베이스 검토 등을 추진했다.

반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토지매입 등을 위한 지방채 발행으로 채무액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도의 지방채 발행계획에 따르면 내년 2520억원 상당을 발행한다. 이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2000억원 가량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로 인한 제주도의 일반채무는 2019년 4983억원에서 2020년 7267억원, 2021년 9671억원, 2023년 1조692억원, 2024년 1조1862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부채 증가 따른 우려에 대해 도에서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토지매입 등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이며 일반 채무비율은 14%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며 보수적인 채무비율 유지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시의 확대 정책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0.6%(3조7966억원) 늘어난 39조5282억원 규모로 책정했다. 이를 위해 지방채를 발행한도까지 늘려 역대 최대 규모인 3조원의 지방채를 발행한다.

지난해 말 서울시 채무는 6조900억원으로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16.1% 수준이다. 지방채를 발행하면 22%까지 높아진다. 그러나 서울시는 행정안전부가 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 판단기준인 25%에는 미치지 못해 재정건전성 우려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에 비해 제주도의 재정건전성은 무척 양호한 상황이다. 제주도의 2018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예산 대비 순채무 비율은 2016년 8.4%에서 2017년 5.7%로 대폭 하락한데 이어 2018년에는 5.5%까지 떨어졌다. 광역자치단체의 예산 대비 순채무 비율이 2016년 12.4%, 2017년 11.4%, 2018년 13.0%인 것을 감안하면 제주도의 순채무 비율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다.

제주지역 경제는 지난해부터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이며 내년에도 나아질 것이란 전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나은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확장재정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떨어진 제주경제의 활력을 제고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좋은 일자리 창출, 상·하수도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생활SOC 확충, 사회복지 분야 투자 확대, 논란이 되고 있는 장기미집행 공원 매입, 미래형 먹거리 육성 등에 역점을 둬야 한다.

정부도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적극적 재정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재정상황이 어려운 만큼 불필요한 곳 지출을 줄이고 필요한 곳에 집중하는 정책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긴축재정만을 펼칠게 아니다. 어려운 지금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성장은 정체되고 미래에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한다. 제주도의 보다 과감한 확대재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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