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쇄 발달과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이 열린다. 제주교육박물관(관장 고남식)이 마련한 제9회 기획전 ‘인쇄 문화의 발자취를 찾아서’(7월31일∼2003년 5월31일).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 탄생한 고려시대 이전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옛 인쇄문화의 흐름을 다각도로 짚어볼 수 있는 자리다.

 인쇄기술면과 시대적 특징을 부각시킨 목판본, 금속활자본, 목활자본, 활판인쇄기기 등 45점을 각 시대별로 전시하고, 고인쇄 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글활자 맞추기, 목판과 활자를 인쇄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눈 여겨 볼만한 전시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금속활자본 「불조직지심체요절」과 목판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비롯, 한글창제 이듬해에 만든 것으로 최초의 한글서체가 돋보이는 보물 제398호인 「월인천강지곡」등 모두 10여 점에 이른다. 특히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신라의 목판 두루마기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활자판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복원 전시돼 문화보전의 새 의미를 되살리고 있다.

 이밖에 「척암선생문집」 「맹자언해」 「혼례홀기」「상례비요」등 제주관련 목판 4점이 전시되고, 활판인쇄기기, 등사기, 등사 프린트 등 근대인쇄기기 10여점이 전시돼 관람의 흥미를 한껏 높이고 있다. 전시품들은 복각품과 영인본이 대종을 이룬다.

 양종렬 학예연구사는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약 200년이나 앞선 우리의 인쇄문화를 한곳에 모아 체계적으로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면서 “특히 제주관련 목판과 다양한 활자체 등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선보인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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