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우리나라는 2020년을 기점으로 출산율이 1.0 이하로 내려가 자연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1인 세대의 비율은 계속 증가해 2040년이 넘으면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1인 세대, 즉 혼밥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식당 유형이 생겨나고 있으며, 대형마트보다는 편의점과 다이소가 더욱 성장하고 있다. 주택도 1인 세대를 위한 소형 평형과 원룸이 증가하고 있다. 

대가족 중심에서 1인 세대나 2∼3인 핵가족으로 가구 구성이 변화하면서 우리 사회 내적으로도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대가족 중심의 사회는 가족 단위로 커뮤니티에 대한 요구를 해결했다. 가족이 해체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관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학연이나 지연과 같은 자연발생적 관계를 중심으로 했으나 이제는 취미나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관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세계의 관계맺기에 익숙해진 1인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공동체의 정의와 공동체적 가치를 정립해야 하는 필요가 생겼다. 독립된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며, 가볍고 유연한 관계의 역동성을 담아내면서도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토대에 대한 지향을 잃지 않는 공동체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1인 세대를 위한 도시의 생활주택은 대개 공동주택이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서로 소통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이들의 탈출구는 디지털 공간이다. 스마트폰의 단체 대화방, 게임의 커뮤니티, 즐겨찾는 유튜브 채널의 댓글창 소통은 이제 익숙해진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문밖을 나가면 마주치는 이웃과 눈인사는 어색하고 같이 살아가는 이 공간을 더 멋지게 가꾸어나갈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서 다양한 1인 세대의 공동주택 모델이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500명 이상의 1인 세대가 모여 사는 영국의 올드오크(Old Oak)라는 공동주택은 이러한 수요를 적극 반영한 '오프라인 관계맺기'를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개인 주거공간은 최소화하고 대신 같이 모일 수 있는 공용공간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이 공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창업, 취미, 사교 등 사회적 관계의 기회를 제공해 각광받는 상품으로 풀어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주거 기반의 관계를 상품으로 제공하게 되면 주거비에 부담이 증가하게 돼 누구에게나 적용가능한 주거모델이 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것은 공동주택의 입주자들이 '자치'를 통해 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사는 곳에서 자발적 관계를 통해 비용부담 없이 공동체성을 키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어갈 청년세대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디지털 공간의 커뮤니티를 개척해나갈 뿐만 아니라 우리가 발딛고 숨쉬는 현실 공간의 안정적 기반을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건축을 기획할 때 커뮤니티를 같이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공동체는 유기체와 같다. 태어나고 자라고 번식하고 죽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공동체를 키워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 전문가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하고, 성공한 공동체적 실험이 더욱 조명받아 확대 재생산돼야 한다. 

현실 기반의 공동체가 젊은 세대의 삶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주고, 이 위에 다양하고 역동적인 디지털 커뮤니티가 실험되면 전례 없이 풍성한 사회적 관계가 태어나 우리 사회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집을 지어주면 끝이 아니라 집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민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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