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라산 산행에 부부 신장기증인으로 참여한 김기성(65·전북 장수)·이금순씨(64) 부부.

12일 새생명나눔회 회원 52명 한라산 등반
사회적 편견·오해 해소하기 위해 산행 나서

"타인에게 새 삶을 선물하라고 신장이 두 개가 있는 게 아닐까요?"

12일 오전 7시 한라산성판악매표소등산로입구. 고귀한 생명나눔을 실천한 신장기증인들과 그 사랑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식인들이 모여 함께 한라산으로 가을 산행을 떠났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주관으로 마련된 이번 산행은 장기기증운동을 홍보하는 동시에 장기기증 및 이식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산행에는 국내 최초로 부부가 모두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권재만, 김교순씨를 비롯한 7쌍의 부부 신장기증인들과 부자 및 모자 신장기증인, 자매기증인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가족 단위 기증인 52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들은 한라산성판악매표소등산로 입구를 출발해 4시간 30분 동안 산길을 걸어 백록담 정상에 올랐다.

부부 신장기증인으로 참여한 김기성(65·전북 장수)·이금순씨(64) 부부는 지난 2008년 이미 한 번의 장기기증을 했던 남편 김씨가 이후 다른 생면부지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려던 찰나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기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때 김씨의 아내 이금순씨가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한 생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아내 이금순씨는 "신장 기증 후 건강하게 생활하는 남편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두 눈으로 생명나눔의 고귀한 가치를 목격하다 보니 더 늦기 전에 남편처럼 제 신장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12일 지난 2009년 제주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한 조애영씨(48·여) 박시영 기자

제주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한 조애영씨(48·여)는 지난 2009년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가 만성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처음 신장기증에 대해 생각하게 됐지만, 친구에게는 자신의 신장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닥쳐 친구와 같이 힘겨운 투병 생활을 하는 누군가에게 신장을 기증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조씨는 "미혼인 데다 25㎝가량의 수술 자국을 남긴다니 가족들의 반대도 컸다"며 "하지만 신장이 두 개가 있는 건 타인에게 새 삶을 선물하라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식인으로 부터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나 또한 더욱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살 게 됐다"고 말했다.

12일 제주시 한라산성판악매표소등산로입구에서 신장기증인과 이식인 등 52명은 장기기증 및 이식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한라산 산행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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