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취재2팀장·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수능 시험을 앞두고 교육계와 학부모, 대학 등에서 정시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 성적 중심 평가인 정시 확대로 대입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대감이 커진 반면 학교현장이 수능 문제풀이 위주 수업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고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585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정시 확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복수응답으로 진행된 응답자 가운데 10명 중 8명(83.2%)이 정시 확대 방침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찬성학부모는 '정시 전형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질문에 63.2%를 답해 정시 확대의 필요성을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내신은 학교별 편차가 있지만 수능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가 53.6%, '내신 성적이 부진해도 수능으로 대학 준비가 가능할 것 같아서'가 33.7%, '학생생활기록부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가 23.2%, 'EBS 등을 활용해 사교육비가 절감될 것 같아서'가 20.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정시 확대 반대는 16.8%로 나타났으며 '입시학원 등에 대한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날 것 같아서'를 67.3%로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과거 입시위주 교육으로 역행하는 것 같아서' 48.0%, '학생의 흥미와 재능이 아닌 수능 점수로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하지 못한 것 같아서'  43.9%,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 방향과 맞지 않기 때문에' 27.6%, '학생의 학교 수업 참여도가 더욱 저조해질 것 같아서' 24.5%, '중고교시절 진로에 대한 다양한 경험, 역량을 키울 기회가 줄어들 것 같아서' 8.2% 등의 순으로 입장을 내놓았다. 

정시는 수험생들에게 재도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내신이 다소 좋지 않거나 수시에서 고배를 마신 수험생, 학생부종합전형을 활용하기 어려운 수험생, 졸업생을 비롯한 검정고시생 등 수시 경쟁력이 재학생보다 떨어지는 이들에게 마지막 선택인 셈이다. 정시가 확대되면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때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져 입시 불공정 문제를 다소 해소할 수 있어 대입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되는 장점이 있다. 특히 수시는 내신을 비롯해 비교과 활동,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능 성적 관리 등 정시보다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이에 비해 정시는 수능 성적으로만 대학진학을 평가하기에 관련 교과만 열심히 하면 돼 입시 대비가 비교적 단순하다. 다만 정시확대는 학교현장의 수능 문제풀이식 수업이 중점이 돼 공교육의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상당수의 고3수험생들은 학교수업보다는 수능 대비에 집중하는 사교육으로 쏠리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반해 수시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성적의 순위가 매겨져  대학에 진학하는 정시에 비해  다양성을 강조하기에 더 좋은 제도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내 대학들은 수능 정시 확대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변별력을 강화할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은 초기 성균관에서 담당하다 예조로 이관돼 관장해왔다. 흔히 역사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과거시험은 정치에 관한 계책을 묻고 그에 대한 답을 적게 하는 문과시험 '책문'을 비롯해 조광조의 건의에 따라 중앙과 지방 관청에서 추천받은 120명이 왕 앞에서 직접 시험을 치르는 '현량과'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인재를 등용했다.

하지만 정조 때 과거에 합격한 관리를 재검정해 공정성 문제가 대두되는 등 대리응시, 답안지 바꿔치기, 라이벌 구타사건 등이 나타나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이렇듯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얼마나 공정성 있게 적용하는가가 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관점인 듯싶다. '정시와 수시 사이' 우리 자녀들이 가장 득이 되고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 신중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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