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관람하는 대만 현지인들.

4·3평화재단-대만2·28기념관 ‘2·28국제인권전-제주4·3전’ 15일 개막 내년 4월까지
순이삼촌 현기영 작가 “진실과 기억 지키면서 여론 끌어들이는 기억투쟁 강조”

섬이면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역사라는 공통점을 가진 제주와 대만이 현대사의 비극을 공유하고 평화·인권의 소중함을 알리는 행사를 대만 현지에서 개최했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과 대만2·28기념관(관장 소명치)은 지난 15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타이베이 2·28기념관에서 ‘2·28국제인권전-제주4·3’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는 지난 2017년부터 진행된 제주-대만의 4·3교류전을 통해 추진된 것이며 지난 6월 소명치 관장을 비롯해 대만 관계자들이 제주로 사전답사를 오면서 더욱 구체화됐다.

전시장에는 제주4·3의 시공간적 배경, 3·1발포사건, 무장봉기, 초토화작전, 피해실태, 진상규명 등을 영상, 사진, 작가 작품으로 보여주며 대만 현지인들에게 제주4·3의 역사를 생생히 알리고 있다. 특히 제주4·3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동백꽃 스티커 붙이기 코너도 마련해 관람객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대만에서 열린 ‘2·28국제인권전-제주4·3’전시 개막식 참석자들.

지난 15일 열린 개막식에는 소명치 관장을 비롯해 설화원 2·28사건기념기금회 이사장, 반신행 2·28유족회장, 장선연 국가인권박물관 부관장, 전위 타이베이시 문화국 부국장, 이민용 시인 등 대만측 관계자와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현기영 소설가, 송승문 4·3희생자유족회장, 문옥희 4·3희생자유족회 여성부회장, 고순홍 4·3평화재단 이사, 이규배 4·3연구소 이사장 등 제주4·3 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양조훈 이사장은 “동시대에 발생한 대만2·28과 제주4·3은 국가권력과 본토에서 온 사람들에 의해 학살되고 40여년 동안 역사를 언급하지 못하도록 억압당했다는 점에서 너무 비슷하다”며 “대만2·28과 제주4·3이 역사속 형제로서 관계가 이어지길 바라며 제주에서도 대만2·28의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전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막공연에서는 산오락회(최상돈·조애란·김강곤)가 ‘애기동백의 노래’ 등 4·3노래와 대만 이민용 시인의 시 ‘우리, 나무를 심자’로 만든 노래가 연주돼 호응을 얻었다.

또 제주4·3희생자유족회 임원들이 대만2·28유족회 임원들에게 동백꽃을 달아주고 서로 현안을 공유하면서 향후 두 단체간의 우호·협력을 다짐했다.

좌담회에서 발언하는 현기영 작가.

이와 함께 이날 열린 좌담회에서 현기영 작가는 “국가폭력에 대해 ‘무식은 유죄’이며 오히려 진실을 알면서도 거부하는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이 더욱 큰 죄”라며 “대만2·28과 제주4·3의 진실과 기억을 지키면서 여론을 끌어들이는 기억투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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