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영주권만 챙기는 제도 전락 우려…중국인 악용 사례로 '골머리'
도내 휴양체류시설 5억원 이상 투자 외국인 5년 이후 영주권 발급 대상
영주권 획득 후 계약 위반 주장하며 투자금에 위약금도 돌려 달라 요구

대한민국 법무부는 지난 2010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도를 대상으로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장관이 고시한 제주도내 투자지역에서 외국인이 5억원 이상 투자하고, 거주(F-2) 자격 취득한 이후 투자 상태를 5년 이상 유지하면 영주권(F-5) 신청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영주권을 획득한 외국인이 소송을 통해 계약을 취소하고 콘도와 별장 등 휴양체류시설 구입비는 물론 위약금까지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계약 취소 이유로 활용

외국인이 부동산투자이민제를 활용해 영주권을 획득한 이후에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부동산 매매 계약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콘도나 리조트 등 휴양체류시설 사업자의 경우 부동산 매매 대금과 위약금 부담 등으로 경영난을 겪을 수 있는데다 향후 신뢰도가 낮아져 제주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중국인 A씨는 지난 2013년 제주도내 B리조트를 구입했지만 영주권은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A씨는 지난 2017년 9월 제주지방법원에 고압선 지중화 작업 미이행 등을 이유로 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1심에 이어 지난 3월 2심에서도 승소했다.

이에 따라 B리조트는 중국인 A씨에게 부동산 매매 대금은 물론 위약금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B리조트가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리조트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A씨 등 일부 중국인이 리조트 인근에 송전선로를 문제 삼자 계약서 기타사항에 '2016년 12월 31일까지 고압선 지중화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 원인이다.

B리조트는 고압선 지중화 작업을 위한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계약 이행에 나섰지만 한국전력공사와 비용 부담 등을 합의하지 못하면서 지중화 작업을 하지 못했다.

B리조트가 계약서 가운데 해지 사항이 아닌 기타 사항에 지중화 계획을 명시했지만 법원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도 계약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영주권만 챙겨도 '속수무책'

고압 송전선로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던 A씨와 달리 영주권 획득 등 투자 목적을 달성한 중국인들도 A씨의 승소 이후 소송전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인 C씨와 D씨는 지난 2013년 9월과 10월 각각 B리조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5년 이상 투자를 유지해 영주권을 받았다.

이들 중국인은 2013년 리조트를 매입한 뒤 계약서에 명시한 지중화 완료 시점인 2016년 12월 31일이 2년 지난 최근에서야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한민국 법원이 계약 미이행 등을 이유로 매매대금과 위약금 등을 지급하라고 결정하면서 C씨와 D씨에게는 영주권 획득이란 목적 달성 이외에도 투자금은 물론 위약금까지 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B리조트를 상대로 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한 외국인은 승소한 A씨 이외에 C, D씨 등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A씨의 승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B리조트를 매입하고 영주권을 획득한 중국인 등을 중심으로 20명 이상이 계약 취소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외국인이 영주권을 획득한 이후 투자금을 회수해도 영주권을 환수할 제도가 없다보니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발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 도내 부동산을 산 뒤 영주권을 획득한 외국인이 땅을 되팔거나 부동산 매매 계약을 취소할 때 영주권도 환수하는 등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5년 이상 5억원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이 영주권을 받은 이후에 부동산을 되팔거나 소송을 통해 부동산 매매 계약을 취소해 투자금을 돌려받더라도 영주권은 유지된다"며 "해당 토지를 외국인이 다시 매입하면 외국인 투자는 유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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