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제주대학교 공학교육혁신센터 겸임교수·논설위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주도하는 중도 좌파 성향의 자유당은 이번 총선에서 다수당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기존의 과반 의석수에서 적지 않은 의석을 상실함으로써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데 실패해 소수 정부로 출범하게 됐다.

또한 자유당은 보수 기조의 보수당에 비해 정당 득표율에서 열세에 놓였으나 소선거구제에 기반해 다수당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더욱이 자유당은 동부 지역에서는 선전했지만 보수당의 강세 지역인 서부 유전 지대인 앨버타주와 서스캐처원주에서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해 전국적 정당으로서의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이에 반해 보수당은 지난 총선보다 의석수를 확대했고 자유당보다 더 높은 정당 득표율을 기록해 제1야당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함으로써 트뤼도에 대한 강력한 견제 세력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퀘벡주에 기반해 퀘벡주의 자치 확대를 지향하는 블록퀘벡당은 의석수를 대폭 확충해서 제3당으로 부각돼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로 평가된다. 한편 진보 성향의 신민주당은 의석수가 대폭 감소해 제4당으로 추락함으로써 이번 총선의 최대 패자로 인식된다.

트뤼도 총리가 2기 집권에 성공한 것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경제 성장에 따른 뚜렷한 고용 창출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지난 2015년 총선에서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의 스타 정치인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후광과 젊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켜 보수 정권 시대를 종식하고 제3당의 자유당을 집권 여당으로 부상시켰다. 성평등 내각, 원주민 및 소수자 차별 철폐 등 진보적 기조를 표방해 왔던 트뤼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비리 의혹, 인종 차별 등 여러 악재가 누적돼 부정적 이미지가 강화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정권 교체의 가능성까지 거론됐었지만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 선언, 신민주당으로의 진보적 성향 투표의 분산 방지 등으로 예상보다 선방했다.

이번 캐나다 총선은 무엇보다도 트뤼도 정부에 대한 국민적 재신임을 확인하는데 그 정치적 의의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자유당은 적지 않은 의석수를 상실했고 보수당보다 정당 득표율이 부진함으로써 트뤼도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압도적 지지에서 비판적 지지로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지난 총선에서 젊은 리더십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트뤼도 총리에 맞서 이번 총선에서는 트뤼도보다 더 젊고 참신한 40대 초반의 앤드루 쉬어 보수당 당수가 개방적 보수주의를 제시하며 맹활약해 트뤼도의 라이벌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트뤼도 정부는 소수 정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진보 성향의 신민주당과의 제휴를 통한 연합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현재 트뤼도 총리는 연합정부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만약 신민주당과의 연립정부가 구성된다면 시크교도 출신으로 캐나다 최초 소수 민족 출신의 당 대표로 주목받고 있는 신민주당의 자그미트 싱 당수가 킹메이커로 부상하고 자유당은 신민주당이 제시하는 적극적 재정 정책에 따른 증세, 강경한 기후 변화 대책 등 정책 기조 간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연립정부를 구성하든 소수 정부로 출범하든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정국 운영을 위해 트뤼도는 야권과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 사안이 됐다. 즉 트뤼도는 가계 재정 부담 경감을 위한 중산층 감세 및 부유층 증세, 기후 변화 대처, 의료 보건 등의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야권과 협력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트뤼도는 중국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의 체포로 불거진 중국과의 외교 갈등 해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뤼도 자유당 정부는 전국 정당으로서 위상을 확보하고 지역 통합을 위해 에너지 정책에서 서부 산유 지역과의 갈등 해결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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