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논설위원실장

한동안 제주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제2공항 건설 관련 특별위원회 구성 건이 마무리됐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5일 열린 본회의에서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를 위한 도민공론화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으로 수정 의결했다. 명칭에서 '도민공론화 지원'이 빠지고 업무범위에서도 '숙의형 공론화'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자기만의 정치' 안팎 비판

명칭과 업무범위가 일부 달라진데 대해 공동발의자인 김태석 의장은 내용상 공론화가 포함됐다며 수긍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의안 처리 과정에서 의원들과 빚어진 갈등은 의장의 리더십에 생채기를 내고 소통 측면에서도 취약성을 드러냈다. 김 의장은 이번 결의안 외에도 그동안 각종 법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의원간 갈등을 중재하는 의장으로서의 역할보다 자신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는데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앞서 처리된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과 '제주특별자치도 시설공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의장은 지난 5월 환경도시위원회가 관리보전지역 1등급 지구에 공항 건설을 제한하는 내용의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조례를 통과시키자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을 거부했다가 두 달 뒤 일방적으로 상정했다. 

이어 본회의에서 표결 끝에 부결되자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말로 폐회사를 대신했다. '시일야방성대곡'은 일본이 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을사조약을 강제로 체결하자 장지연 논설위원이 11월 20일자 '황성신문'에 그 부당성을 알리고 조약 체결에 찬성한 을사오적 등을 격렬히 비판한 사설 제목이다. 그는 결국 보전지역 관리조례에 반대 표를 던진 동료 의원들을 매국노인 을사오적에 빗댄 셈이다.

또 지난 7·9월 열린 임시회에서는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도 시설공단 설립 조례를 상임위에 상정하지 않았다가 이달 들어서야 넘기는 등 직권상정 또는 직권상정 거부권을 몇 차례나 행사했다. 김 의장은 정부나 지자체 정책으로 불이익을 받는 주민을 배려하고 도민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건 상정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장에게 안건을 심사할 기회조차 뺏긴 의원들은 "의장이 자기만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실제로 김 의장이 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출마를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는 점에 비춰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김 의장은 "강창일 국회의원(제주시갑)과의 인간적 지점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않는다"며 경선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분명히 하고 있다.

오현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관광업에 종사하다 2004년 제주시장 선거와 2006년 제8대 제주도의회의원 선거에서 잇달아 쓴 맛을 본 뒤 9대부터 노형동갑 선거구에서 내리 3선에 성공, 지방의원으로서 최고 영예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는 입지전적인 인물로도 평가된다. 
11대 선거 때 무투표 당선을 기록하는 등 3선에 이르는 동안 관내 경로당 등을 돌아다니며 봉사할동을 해온 아내의 도움이 가장 컸다며 고마움을 전한 그는 그러나 마지막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마지막 꿈' 달성 여부 주목

우선 4선 관록을 자랑하는 강창일 의원의 용단이 전제돼야 한다. 설사 강 의원이 문을 열어줘 당내 경선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65)와 현역 의원 출마 시 감점 공천 룰 등으로 결과가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4대 도의회 의장 출신으로 제16대 국회에 입성한 바 있는 장정언 전 국회의원 이후 처음 도의장 출신 국회의원이 배출될지 여부가 21대 총선의 한 관전 포인트로서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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