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취재2팀 부장

중국이 최근 흑사병(페스트) 환자 발생으로 비상이다. 

지난 12일 베이징 시내 병원에서 흑사병 판정을 받은 환자 2명은 몽골과의 국경지대인 네이멍구 주민이다. 지난 3일 베이징 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이들은 발열과 호흡 곤란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에도 네이멍구에서 흑사병 환자 1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지난 5일 한 채석장에서 야생 토끼를 잡아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쥐의 피를 빨아먹는 동안 페스트균에 감염되고, 이 벼룩에 사람이 물리면 페스트균에 감염된다. 

흑사병은 증상에 따라 가래톳 흑사병, 패혈증형 흑사병, 폐렴형 흑사병 등으로 구분한다. 중세에 유럽에서 크게 유행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유럽인구의 30∼60%가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심리적인 불안으로 미신을 증폭시켰고 부랑자, 유대인, 한센병 환자들이 발병자로 지목돼 살해되기도 했다. 

흑사병은 19세기 들어 프랑스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에 의해 발병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게 됐다. 흑사병이란 이름도 이 시기에 붙여졌다.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에서 따왔다. 

중세에는 흑사병에 걸리면 대부분 사망했지만 현대사회에 들어서는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초기 진단 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겐타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독시사이클린, 레보플록사신 등 항생제를 조기에 투여하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률은 크게 높아진다. 

중국에서 흑사병 발생으로 불안감이 확산되는 이유는 환자 발생 사실이 20여일 지난 뒤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베이징 소재 호텔 또는 병원에 페스트 환자가 투숙 또는 입원하는 바람에 이들과 접촉했던 이들까지 격리 조치되고 있다는 괴담 등이 떠돌고 있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때도 중국 보건당국이 정보를 통제, 사스 전국 확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온갖 괴담과 불안감으로 이어진 사례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