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가 창단 후 처음으로 2부리그인 K리그2로 강등되는 멍에를 썼다. 사진은 강등 확정되자 아쉬워하는 제주 선수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유나이티드 2부 리그로 강등...외국인·선수 영입 전술 등 부재
1부 승격 위해 유소년 시스템 정비…팀워크 위한 지도자 선임 중요

"위상을 쌓아올리는데 10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

설마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제주 유일의 프로구단인 제주유나이티드 축구단이 2부 리그 강등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제주는 올 시즌 단 한 경기를 남겨준 상황에서 5승12무20패로 승점 27점을 기록하며 오는 30일 38라운드 최종전인 성남전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시즌을 꼴찌로 마감하며 1부 리그 그라운드에서 사라지게 됐다.

△2006년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지 이전...2010년 리그 2위 

제주유나이티드는 지난 2006년 부천에서 제주도로 연고지를 이전한 후 그해 리그 13위, 2007년 리그 11위, 2008년 리그 10위, 2009년 리그 14위 등 꼴지만 안 했을 뿐 매해마다 하위권을 맴돌았다. 이후 2009년 11월 박경훈 감독을 영입하면서 팀 재건에 돌입했다. 박경훈 감독은 '칭찬의 리더십'을 통한 선수들의 팀워크를 다지는데 주력했다. 이런 전략이 통했을까 제주유나이티드는 2010년 리그 2위라는 12계단을 오르는 무서운 실력을 보여줬다. 

△2014년 상하위스플릿 적용 이후 첫 하위그룹·강등 멍에

2014년 리그 5위를 기록한  제주유나이티드는 계약이 만료된 박경훈 감독과 결별하고 2015년 1월 조성환 감독을 영입했다. 그해 리그 6위, 2016년 리그 3위에 오르며 옛 명성을 되찾았다.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창단 첫 16강 진출이라는 성적도 적어냈다. 또 2017년 리그 2위를 차지해 2년 연속 아시아챔피언스 무대를 밟았다. 제주유나이티드는 2018년 리그 5위에 그치며 끝없는 추락을 시작을 예고했다. 제주유나이티드 안승희 대표이사는 1월 기자간담회에서 'K리그1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조성환 감독 역시 선수들과 '최다득점, 최소실점, K리그1 우승'을 목표로 각오를 던졌다. 하지만 올해 제주유나이티드는 37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5승에 그쳤다. 실점은 69점으로 12개 구단 중 최악이며 득점 역시 44점에 그쳐 10번째다. 결국 숫자가 말해주듯 리그 12위라는 졸전을 펼쳤다.

△선수 트레이드, 외국인 선수 영입 등 전략·전술 부재

제주유나이티드는 올해 1월 '젊은피' 6명을 대거 영입하는 등 선수보강에 나섰다. 특히 FC서울에서 활약하던 서귀포출신 김동우와 2월 전 국가대표 윤일록을 입대 영입시키며 전술변화를 노렸다. 

하지만 잔인한 4월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교통사망 사고를 낸 이창민이 기소되면서 팀 전력에서 이탈했고 9경기 연속 무승에 빠진 구단을 향해 팬들의 분노는 이어졌다. 팬들은 홈페이지 토론장을 통해 감독과 단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결국 제주구단은 5월 2일 10라운드 경남전을 앞두고 조성환 감독의 사의에 따른 최윤환 감독을 재빠르게 선임해 팀 꾸리기에 나섰다. 7월 잘나가던 공격수 김호남을 인천유나이티드 남준재와 맞바꾼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남준재는 14경기에 나서 3골 1도움에 그친 반면 김호남은 인천의 결승골 제조기로 변신했다. 

△구단 '확고한 철학이 없다'...1부 승격 위해 지도자 선임 등 부단한 노력 필요 

박경훈 전 제주유나이티드 감독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팀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10년 걸렸다. 하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며 걱정어린 마음을 전했다. "24일 수원전만을 봤을 때도 2-1로 이기는 상황에서 수비 안정을 위한 수비에 치중해야 함에도 전술 변화가 없었다. 특히 박동우 스카우터를 강화부장으로 옮기게 하는 등 외국인 선수 영입과 국내 선수 트레이드 등에 문제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전 감독은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이 선수들을 힘들 게 한다. 한 2년 간은 제주생활에 잘 적응하지만 이후 배우자들이 우울증이 생기는 등 제주에서의 선수 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1부 승격을 하려면 지도자를 잘 선임해서 팀워크를 잘 다지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 제주제일고 출신 공격수 심영성과 같은 선수들을 발굴해야 한다. U-18과 U-15 등 유소년 시스템을 정비해 지역의 선수들을 잘 키워내야 한다. 지역의 축구와 상생의 노력을 다할 때 구단의 운명도 살아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대생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