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취재1팀 차장

보릿고개는 지난 가을에 수확한 양식은 바닥이 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은 5~6월(음력 4~5월), 농가생활에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말한다.  

춘궁기(春窮期), 또는 맥령기(麥嶺期)라고도 한다. 

최근에는 경제성장과 함께 농가소득도 늘어나 보릿고개라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일제강점기에서는 두말할 나위 없고 8·15광복 후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연례행사처럼 찾아들던 농촌의 빈곤상(貧困相)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제주도의회가 지난 22일부터 제주도가 제출한 2020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2020년도 예산은 제주도 5조8229억원, 제주도교육청 1조2061억원 등 예산 규모가 7조원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도의회와 도민들의 근심 걱정은 태산이다.

가용재원이 감소하면서 재정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1조1900억원이란 역대 최대 규모의 국고보조금을 지원 받지만 매칭해야 하는 지방비가 부담이다.

여기에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도로와 공원 등) 일몰제에 따른 보상비 2440억원과 공공청사 신축 80억원 등 250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한다.

2년 전만해도 제주도의 살림살이에서 '빚', '적자'란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부동산과 건설경기 호황으로 지방세 수입이 많아 살림살이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제주도정의 살림살이 걱정을 하지 않고 여유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은 물론 신규 사업 관련 예산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한다.

그동안 제주의 살림살이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원희룡 지사는 공중파 TV 예능 프로그램 촬영 등 이미지 정치를 이어간 데 이어 잦은 서울 일정으로 도정은 뒷전인 채 '중앙정치'에만 한 눈을 팔아 왔다.
그러는 사이 제주 살림 곳간은 빠르게 비어가는 중이다. 제주의 살림살이 빨간불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제주도가 내년 예산안에 공직 내부 경비를 확대 편성했다.

이를 바라보며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도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더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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