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우리나라 월동채소의 주산지이다. 다른 지역보다 겨울이 따듯한 기후의 이점으로 월동무·양배추·당근 등을 생산, 전국 도매시장을 거쳐 소비자에 공급하고 있다. 제주산 월동채소가 전국의 공급원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시련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생산량이 많을때마다 가격이 하락하는 '풍년의 역설'로 재배농가들의 시름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재배면적이 감소해도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우리정부의 농산물 개방정책으로 중국산 등 값싼 수입농산물이 밀려들면서 농가들이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제주산 월동채소만해도 여름·가을철의 잇따른 태풍과 장마로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1000㏊이상 줄었지만 서울 가락동 등 농산물 도매시장에 수입산이 반입되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월동채소를 대체할 농업기술원의 작물 개발도 뚜렷하지 않아 농촌에는 소멸 위기감이 팽배한 실정이다. 

수입농산물 반입에 따른 가격하락은 농가들의 자구노력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당근과 월동무에 이어 최근에는 양배추 재배농가들이 비상품 격리, 상품 출하량 조절 등 수급안정을 위한 생산자협의회를 구성과 자조금 조성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수입산으로 가격하락의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농가들은 4일 가락동시장과 농림축산식품부를 찾아 수입농산물 유통 근절 등 근본책 마련을 요구키로 했다.

정부와 도매시장 중도매인들은 수급조절과 자조금 조성 등 경쟁력 강화로 생존의 길을 찾는 제주 월동채소 재배농가들을 무시해선 안된다. 오히려 잇따른 생산자조직화 등 농가들이 추진하는 자구노력에 부응, 수집·중계·도매 등 산지유통기능을 강화하는 가칭 '제주농산물유통공사' 설립을 지원해야 한다. 제주도정 역시 말로만 농산물유통공사 설립을 떠들것이 아니라 조속히 설립될 수 있도록 대중앙 절충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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