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범 행정학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논설위원

지난해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 마스다 보고서를 차·변용해 한국고용정보원이 개발한 지방소멸위험지수로 분석한 결과 앞으로 30년 내 전국 읍면동 중 43.3%에 달하는 1503개의 읍면동이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국가통계포털의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바탕으로 20~39세 젊은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1.0 미만이면 '소멸위험 주의단계'로 쇠퇴가 시작된 지역을 말하며,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우리 동네가 사라진다.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보고서가 지방 소멸의 막연한 위험성을 기계적으로 과대추정 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실제 이러한 상전벽해가 머지않아 현실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회적· 정책적 관심이 모아져야 할 때다.  

지난 달 27일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인구 변화' 책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제주 인구는 지난 20년간(1996년~2018년)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청년인구 비중은 10% 감소하였고, 노인인구 비중은 7% 증가했다. 같은 시기 용담2동, 건입동, 일도1동 순으로 2~3000명 이상의 극심한 인구유출은 구도심 쇠퇴를 추동했다. 

2018년 기준 추자면(0.18)이 소멸 고위험 지역에 포함되었고, 한경면(0.33) 구좌읍(0.41), 일도1동(0.45)등 12개 읍면동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소멸위험 주위단계에 있는 용담1동(0.61) 건입동(0.65) 등 15개 읍면동의 지수 하락폭 추세가 가파르다. 

또한 대규모 신규택지가 조성된 삼양동·아라동 지역으로의 빠른 인구유입에 비해 구도심 인구 공동화는 마을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가족단위 인구이동은 교육과 주거문제에서 비롯되며, 청년인구 이동은 주로 일자리에 원인이 있다. 이러한 도내 인구 이동 방향과 속도가 야기하고 있는 지역 간 불균형 심화 문제를 해소가기 위한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내년부터 건입동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추진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건입동 마을은 제주의 역사 문화 경제 관문이었다. 그러나 극심한 인구 유출, 고령자와 취약계층 증가, 지역상권 침체, 노후불량 건축물 증가로 정주 여건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얼마 전에는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건입동 도시재생주민협의체 회의에서 만난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한 젊은 엄마는 변변한 키즈 카페 하나 없어서 아파트 놀이터를 전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동네에서 계속 살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행정과 함께 주민 주도적, 마을 주도적 대응방식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 도시재생사업이다. 8개월에 걸쳐 주민들 중심으로 수립한 활성화 계획이 지난 11월에 통과 되었고, 타당성 검토를 거쳐 정부차원의 최종 확정절차만 남겨 두고 있다. 

그럼에도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대한 주민들의 시각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 하는 게 사실이다. 도시재생사업의 목표와 방향성에 대한 주민 소통과 합의의 과정을 끊임없이 거치지 않는다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도 추진과정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과제다. 적극적 주민 참여 동기 부여와 안착되지 못한 주민과 행정, 현장지원센터와의 협업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행정은 한팔 거리 두기 원칙(arm's length·policy) 즉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마을은 음식을 담는 그릇과도 같다. 재생사업은 맵고 짜고 단 여러 가지 맛을 균형감 있게 조리해서 맛있는 음식을 그릇에 담아내는 과정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한다면 차려내는 것도 주민들 몫이다. 건입동 도시재생뉴딜사업이 마을 소멸 위기 극복의 선도적 모델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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