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상청장

"가뭄을 근심하여 비가 올 때마다 젖어 들어간 푼수를 땅을 파고 보았었다. 그러나 정확하게 비가 온 푼수를 알지 못하였으므로, 구리를 부어 그릇을 만들고는 궁중에 두어 빗물이 그릇에 괴인 푼수를 실험하였다."

이 글은 측우기의 발명 동기가 기록되어 있는 조선왕조실록의 부분이다. 1441년(세종23년)에 측우기가 제작되어 1442년 측우기를 이용한 전국적인 우량 관측 및 보고제도가 실시되었다고 한다. 이처럼'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당시 기상기술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은 왜 이렇게 정확한 기상관측을 위해 노력했을까.

과거부터 지금까지 날씨와 기후는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상재해에 속수무책이었던 조상들에게 날씨는 생명과 재산에 직결된 중요한 문제였다. 특히, '농사'는 날씨에 좌우되는 매우 민감한 분야다. 농업 중심의 경제를 이룬 조선은 기상예측뿐만 아니라 정확한 관측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측우기가 발명되었고 천문·기상을 관측하던 관상감이 설치되는 등 다양한 기상 업적이 남았다.

이처럼 기상관측을 통해 위험기상을 감시하고 신속·정확하게 대비하기 위해 기상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점차 강도가 강해지고 있는 위험기상에 대응하기 위해, 지상에서 해양, 고층까지의 3차원적인 대기상태를 지상·고층기상관측장비, 해양기상관측장비, 기상레이더, 위성 등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매우 좁은 지역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낙뢰, 우박, 국지강풍, 용오름 등의 위험기상을 관측하고 예보하는데 기술상의 어려움이 있다.

이에, 새로운 시대, 새로운 환경에 맞는 기상관측망 구성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전국의 모든 기상관측장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 가능한 초연결 사회에 진입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집적화 기술 등을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기상관측망 구성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위험기상, 도로기상, 농업기상 등 다양한 목적의 관측망이 생겨나고 있음에 따라 개별 활용 목적과 통합 활용을 병행할 묘안이 필요해졌다. 

또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황사, 대설, 집중호우, 태풍 등에 대한 정교한 기상정보서비스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최근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위험기상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실시간 기상감시 강화와 고해상도 예보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기상 관측자료 품질향상과 활용성 제고를 위한 범정부적 기상관측망 관리·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상청에서는 지상, 고층, 레이더, 위성, 해양 등 관측 이외에도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을 이용해서 전국 곳곳의 위험기상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하늘에서는 드론, 바다에서는 웨이브글라이더, 표류부이 등을 운영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위험기상에 대응하여 입체적이면서 실시간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상재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정확한 기상관측으로 위험기상을 감시하고 국민이 원하는 신뢰도 높은 기상예보와 최적의 기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측우기부터 기상위성까지 기상을 관측하기 위한 우리의 열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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