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상 제주한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논설위원

최근에 학생들과 강의시간에 사회적 문제에 대한 주제를 정해서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다. 악플, 아동성범죄, 낙태죄 폐지, 노인학대, 노인고독사, 예멘난민, 저출산, 청소년 사회문제 그리고 극단적 선택 등이었다. 우리 대학생들이 사회적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흐뭇했다. 그 가운데 극단적 선택이라는 주제를 발표함에 있어서 청소년과 노인들의 극단적 선택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아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필요하다.  극단적 선택률이라 함은 10만 명 당 극단적 선택하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매년 국가별 극단적 선택률을 발표한다. 세계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중앙극단적 선택예방센터의 통계에 의하면 2018년 현재 사망원인가운데 극단적 선택로 인한 사망이 1만3670명으로 극단적 선택률 26.6명, 하루 평균 극단적 선택 사망자 수 37.5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극단적 선택통계는 11.5명인 것과 대비되며, 한국의 극단적 선택률은 세계 1위이다. 제주는 30.6명으로 전국평균보다 극단적 선택률이 높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년층의 극단적 선택률이 (10만명당) 80명에 육박하고, 75세 이상 극단적 선택률은 평균의 4배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청소년 극단적 선택률은 OECD 평균 이상으로 역시 높다. 다른 국가들의 극단적 선택률이 하락 혹은 현상유지 상태를 보이는데 반해 한국은 유독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의 극단적 선택 사망률은 최근 몇년간은 극단적 선택률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WHO 에 의하면 우리나라 극단적 선택 통계치가 31.7명->28.1명->28.5명->27.3명-> 26.5명 -> 25.6명 -> 24.3명으로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국정을 운영하게 된 이후부터 일가족 극단적 선택사건, 정치관련 극단적 선택, 연예인 극단적 선택 등이 그 어떤 정권보다 많이 터져 나오는 등 다시 극단적 선택률이 증가 추세로 돌아서며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사회적 갈등과 도덕적 해이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극단적 선택률이 OECD 국가 중에 1위라고 벌써 수년 전부터 그런 이야기들이 계속 사회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10대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 자체는 크게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극단적 선택은 사건이 터지면 언론의 주목을 받는데, 실제 예방을 위한 예산이나 인력 투자는 매우 부족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문제는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예산과 지원을 위해서 계속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요즘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는 단어도 있다. 마치 낭만적 용어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원래 뜻은, 목매어 극단적 선택하려는 사람이 나뭇가지에 목을 매고 양 발은 버킷(물통)위에 놓고 있다가, 자기 물통을 자기 발로 차고 목매어 죽는 행위에서 나온 말이다. 즉, 물통을 발로 차기 전에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면서, 혹시 살아있는 동안 하지 못해 후회할 어떤 일들이 남아 있을까?를 리스트로 작성한다'는 의미이다. 한번 가면 다시 오기 어렵기에 신중하라는 뜻일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인생의 시련과 불행과 상실과 상처를 바꿀 능력이 부족한 것이 냉정한 현실이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받는 시련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 인생의 숨겨진 비밀이 아닐까. 성공한 이후보다도, 성공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장애물을 극복하며 애써왔던 시절의 과정이 더 행복했다고 말하는 사회가 되도록 배려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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