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인생사를 엮은 그림책과 내년 캘린더로 제작
어르신학교 졸업장도 수여··· 내년 5기도 모집할 것

학교문턱도 못 가본 팔순이 넘은 어머니가 졸업하는 모습을 본 아들은 감동이었다. 평생 이런 감동적인 졸업식은 처음일 것이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은 지난 7일 애월 상가리 마을회관에서 '어르신 그림책 학교 4기 졸업발표회'를 열었다.

8명의 어르신들은 "나 못허켜"하며 생전 다녀보지 못한 '학교'라는 곳을 다니며 그림책을 그렸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숙제'라는 것을 받아들고 가슴 쿵쾅거려 가지 말아야지 다짐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하기 싫어도 계속 하고 싶은 '어떤 끌림'에 학교를 다닌 어르신들의 책학교는 1년의 시간을 견뎌냈다. 그리고 이 날 감동의 졸업식을 했고 그림책은 '제주 삼춘들'이란 이름으로 2020년 캘린더로 제작됐다. 팔순이란 나이에 처음 하는 '졸업'을 손자까지 온 가족이 와 축하해줬다. 

각자의 소감 발표와 1년간 그린 그림책을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어르신들이 만든 그림책은 한 사람의 인생이란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들의 인생이 제주의 역사였다. 졸업식에 참석한 한 가족은 "이제 작가가 된 어르신들이 100세까지 즐겁게 살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어르신들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닐 수 있다. 세상을 구성하는 한 사람이었겠지만 그들의 인생에선 그들이 주인공이었다.

파란만장했던 삶을 그림책에 남긴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고, 그런 어르신들을 보는 가족들 또한 즐거워했다.

올해 4기가 끝난 후 내년 1~3월간 5기에 참여할 어르신을 모집한 후 4~5월에 5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우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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