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아버지가 장남에게 밀감 과수원을 증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그 밭을 장남에게 인도했다. 장남은 과수원을 인도받은 이상 아버지가 언제든지 이전등기를 해주겠거니 여겨서 증여의사가 표시된 서면도 따로 만들어두지 않았다.

장남은 그렇게 한 10년간 열심히 과수원을 경작했고 당연히 그 밭이 자기 소유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장성한 차남이 직업도 없이 어렵게 사는 것을 보고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남에게 이제는 과수원을 차남이 경작하도록 넘기라고 말했다. 장남이 이에 반발하자, 아버지는 차남과 상의를 한 후 장남에게 과수원 증여를 없었던 걸로 하겠다고 말하고는 그 이전등기 명의를 차남 앞으로 이전해버렸다.

화가 난 장남은 차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서 차남이 아버지와 통모해서 이미 증여계약에 따라 장남에게 인도된 과수원을 이전등기한 것은 배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무효이니, 그 등기를 말소하라고 청구했다. 장남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하고, 제558조는 '위 규정에 의한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 증여의 경우에 이행이 되었다고 함은 그 부동산의 인도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까지 마친 것을 의미한다. 

장남은 아버지와 구두로 증여계약은 체결했지만 등기를 이전받지 못했고 서면도 따로 작성하지 않았으므로 아버지는 언제든지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따라서 장남은 차남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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