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 취재2팀 차장

청백리(淸白吏)는 관직 수행 능력과 청렴(淸廉)·근검(勤儉)·도덕(道德)·경효(敬孝)·인의(仁義) 등의 덕목을 고루 갖춘 조선시대의 이상적인 관료상이자 선비를 지칭하는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청렴결백한 관리를 양성할 목적으로 제도적으로 청백리제도를 시행했으며, 의정부·육조의 2품 이상 당상관과 사헌부·사간원의 수장이 천거하고 임금의 재가를 얻어 의정부에서 뽑았다. 조선시대 청백리는 200여명이 배출됐다. 맹사성·황희·최만리·이현보·이황·이원익·김장생·이항복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청백리로 뽑히면 후손들도 벼슬길에 나갈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대동장고' '청선고' '전고대방' 등 문헌에 청백리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 관료들은 '사불삼거(四不三拒)'를 불문율로 삼았다. 사불삼거란 '공직자가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와 거절해야 할 세 가지'를 일컫는다. 사불은 부업을 갖지 않을 것, 땅을 사지 않을 것, 집을 늘리지 않을 것, 재임지 명산물은 먹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 삼거는 윗사람의 부당한 요구, 청을 들어준 것에 대한 답례, 경조사의 부조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60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 제주도는 역대 최하위 성적표를 받았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종합 청렴도 등급이 가장 낮은 5등급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등급보다 2단계 하락한 것이다. 부문별로도 외부청렴도와 정책고객평가에서 각각 5등급을 받았으며 내부청렴도 역시 4등급에 머물렀다.

제주도는 소방장비 납품 비리에 연루된 28명에 대한 징계처분이 지난해 7월에 확정됐고, 상하수도본부 비리가 터진 것이 반영된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반성보다는 변명하는데 급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청렴부서 직제를 도지사 직속으로 격상시키고도 청렴도 전국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비리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청렴이다. 때문에 오늘날 공직사회에서도 청백리는 항상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과제로만 남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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