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건 서귀포시민연대교육위원장

영어교육도시 사업은 2008년부터 '해외유학 수요 흡수를 위한 고품질·저비용의 교육환경 조성, 교육과 생활을 모두 영어로 할 수 있는 정주형 영어교육도시 조성'등을 목표로 추진된 국책사업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정은 전체사업부지 면적의 55%에 해당하는 공유지 무상양여, 지방세 감면 등의 노력을 했으며, 이는 제주도민이 영어교육도시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를 걸고 희생을 감수한 것이였다고 본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영어교육도시는 국제학교 4개가 설립되었지만, 당초 계획과는 거리가 먼 고비용의 교육만을 영어로 하는, 잠깐 동안 정주하는 도시가 되었다.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했다고 하나 매년 해외 본교에 지급하는 로얄티가 약 55억원에 이르고, 교사의 대부분인 외국인교사 인건비는 학교 재정의 큰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어 외화 유출 자제 효과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국제학교의 연간 수업료는 5000~6000만원의 고액이다 보니 제주사회와는 보이지 않는 높은 담장이 처져있고, 국제학교 역시 제주 도민 자녀나 저소득층 학생을 적극적으로 입학시키거나 지원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과연 지금까지 국제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다시 제주에 돌아와서 제주 발전을 위해 기여할 학생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으나 제주가 단지 부유층이 교육을 소비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지는 않는지 우려가 앞선다. 

특히 어떠한 생산성도 담보하지 않는 영어교육도시와 그 주변 부동산 가격 상승, 투기 열풍 또한 많은 문제를 남겼다. 농업을 생계로 하는 농민들은 땅값이 올랐다고 농산물 값이 같이 오르는 것도 아닌데 세금은 더 내야하고, 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귀퉁이 땅 한 두 평만 따로 때서 팔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헛웃음만 나온다. 

또한, 국제학교 전체 충원율은 75%미만인 답보상태로 새로운 수요가 부족한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도 그다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충원율은 수업료로 운영되는 학교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도내 3개(BHA, SJA, NLCS) 국제학교 부채가 6000억에 이른다.  JDC는 영어교육도시 개발사업 시행자로서 사업부지 매각으로 4000억 이상의 수익을 얻었고 문제의 3개 국제학교를 설립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채 해결에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학교를 유치하는 개발을 계속하다는 것은 국제학교를 부동산 사업의 수단으로 여기는 것으로 책임있는 공기업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2008년부터 시작한 영어교육도시 1단계 사업은 4개 국제학교 설립으로 어느 정도 진행되었으나, 외국대학을 유치·설립하는 2단계 계획은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사업기한 연장을 거듭하다 종료기한 2021년은 성큼 다가와 있다. 

영어교육도시를 위해 공유지를 무상양여하고 세제를 감면해 주었고, 국제학교가 주는 교육위화감을 감내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문제를 떠안고 있는 제주도민에게 과연 미래에 어떤 이익을 약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설립된 국제학교도 학생 충원 미달에 6000억의 부채를 갖는 불안한 상태에서 더 이상의 영어교육도시 개발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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