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취재 1팀 부장

교수신문은 전국의 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 설문조사'를 실시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꼽았다. 공명지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란 뜻이다.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는 '운명공동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옛날에 몸통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인 새가 살았다. 머리 하나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그중 한 머리는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는 이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 다른 머리는 화가 난 나머지 결국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두 머리 모두 죽게 됐다. 공명지조 사자성어의 유래다.

공명지조는 올해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 등 진보와 보수의 극간 양분된 한국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이어졌고, 갈등의 골도 점점 깊어졌다고 진단했으며, 이대로라면 진보와 보수 모두 공멸할 것이란 경고도 담겨 있다.

공명지조에 이어 두 번 째로 많이 선택된 사자성어는 '어목혼주'(魚目混珠)다. '어목'(물고기 눈)이 진주로 혼동을 일으켜 무엇이 어목이고 진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가짜와 진짜가 뒤섞여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말 역시 올해를 달군 '조국 사태' 때문에 호응도가 높았다.

사회개혁에 대한 염원이 담긴 '반근착절'(盤根錯節)이 3위를 차지했다. 뿌리가 많이 내리고 마디가 이리저리 서로 얽혀 있다는 뜻이다.

제주도 역시 올해 갈등과 분열이 많았던 한해다. 특히 제주 제2공항과 영리병원 등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측이 극하게 대립했다. 여기에 제주도와 도의회도 행정시장 직선제, 제2공항 공론화 문제,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혔다. 정치적이든 정책적이든 중요 사항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가 대립했다. 찬성이든 반대든 한쪽 의견만 치우친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될 수 없다. 제주사회가 가장 시급한 것은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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