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삼 전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논설위원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 내려 전 세계의 섬과 육지가 물에 잠기고 있다는 급박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해수면의 상승폭이 근래에 들어 인간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우리의 삶의 터전을 영영 잃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세계 곳곳에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구온난화 현상을 오히려 반기는 사람들이 있으니 북극해 부근에 위치한 그린란드 주민이 특히 그러하다. 그린란드는 한반도의 10배 규모로 세상에서 가장 큰 섬이다. 그런데 이 섬에 우라늄, 희토류 등 고가의 광물자원이 어마어마하게 매장 되어 있는데 여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워낙 날씨가 춥고 섬의 95%가 동토로 덮여 있는데다 쌓인 눈얼음의 두께가 3 킬로나 되다 보니 광물자원 개발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보고(寶庫)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 지구온난화로 언 땅이 녹기 시작하자 해변 주위에서부터 점차 자원 개발이 시작되고 있다. 그래서 그린란드 주민들은 비로소 자원개발과 경제발전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린란드는 공식적으로 덴마크의 영토이다.

그린란드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 우리와는 상관 없는 섬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6·25 전쟁 때 참전했던 미군 중상자들이 미 본토로 수송 되기 전 중간기착지인 그린란드 병원으로 후송되어 상당기간 재활치료를 받았다 한다. 1970년대 한국인이 그린란드를 방문했는데 공항에서 현지인 이누트족들이 달려와 껴안고 볼을 비비고 난리 법석을 피웠다고 한다. 얼굴 생김이 흡사해 동족으로 느꼈음이라. 하기야 역사를 거슬러 올라 가면 아시아에 거주하던 이누트 조상들이 빙하기에 바다 건너 이동하면서 그린란드에까지 이르렀다니까. 요즘은 광물자원 개발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나라 기업도 그린란드 진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필자가 외교관 시절 그린란드에 출장하면서 관찰한 바로는, 그린란드의 위기는 강대국의 야욕에서 비롯된다기 보다 그린란드의 정체성의 위기에 있는 것 같았다. 그린란드의 고유 언어와 문화, 그리고 관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또한 우수한 젊은이들이 일찍이 유학에 나서지만 그린란드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여 그린란드의 미래가 어둡기도 했다.

그린란드의 운명에 대한 얘기가 회자되다 보니 한국에서 제일 큰 섬 제주도의 미래와 오버랩 되고 있다. 제주도의 미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세계화 국제화 흐름에 맞춘 발전 전략의 추진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그러는 가운데서도 제주 고유의 것이 지켜지고 계승 되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해녀 문화요 또 하나가 제주 방언이라 하겠다. 해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래 해녀에 대한 지원이 나아지고 뮤지컬 등 새로운 해녀문화가 탄생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런데 정작 해녀 지망자 수는 점차 줄어들어 대를 잇기가 막막해지고 있다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제주 방언은 토속적 느낌이 있으며 듣기에도 정겹다. 버스 정류소마다 쓰여 있는 제주 방언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제주 어린이가 할머니와 소통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는 가급적 방언을 쓰고 학교에서도 방언 수업이 필요하다. 제주 고유의 것이 사라지면 제주도의 미래도 없는 것이다. 첨단 인프라와 시설을 갖추어 나가는 일도 중요하지만,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주의 언어와 풍습과 문화 자원과 유산을 계승 발전을 시켜 나가야 한다. 

또 한가지. 그린란드의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것을 보면서, 제주는 육지에서 머물고 있는 제주 출신 우수한 청년들이 귀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첨단과학단지를 제대로 조성하고 제주의 실리콘밸리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카카오 등 일류 기업이 제주로 이사 왔는데 뿌리를 확실히 내리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젊은 제주인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할 수 있을 때만 제주다운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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