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한 해의 끝 무렵이면 다양한 기관들이 새해의 트렌드를 예측한다. 그 중에서도 내년 트렌드로 공통적으로 제시된 것으로는 4차혁명 기술이 접목되어 생활이 더욱 스마트해지고,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친환경적인 소비를 추구하며, 보다 더 자신에 집중하려는 욕구가 커진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내용으로는 1995년 이후에 태어나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문화와 시장을 만들어가는 Z세대의 이슈가 많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없애거나 덜 필요한 것은 나누는데도 익숙하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친환경이나 동물복지와 같이 더불어 살기 위한 철학은 소비생활에서도 실천력이 높다.

의식주도 문화로써 경험하고 즐기는 이 세대는 완제품보다 좋은 원료의 사용부터 만드는 과정에도 관심이 많다. 

기업들도 이들의 욕구를 반영하여 사용하기 이전의 경험부터 만족도를 최적화 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4차산업혁명으로 촉진되는 새로운 트렌드와 시대에 대한 설명은 이들의 특성으로 대신할 수 있다.

특히 이전 세대들이 새로운 문화를 접할 때 주요 정보원이었던 이모나 삼촌의 영향력을 대신하는 인플루언서의 영향은 유튜브를 거의 종일 붙들게 하는 문화를 낳았다. 직접 보거나 사용하지 않아도 그 상품의 특성을 알려주는 동영상만으로 구매를 결정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보이지도 않는 디지털 세상일수록 어떤 브랜드를 듣기만 해도 특징적인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상품이 유리한 이유이다.

이럴수록 브랜드가 주고자 하는 가치를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런 점에서 뉴질랜드의 '100% 순수 뉴질랜드(100% Pure New Zealand)'라는 슬로건은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탁월하게 사용됐다. 낙농업을 단순히 산업으로 치부하지 않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친환경 국가이미지로 세계적인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지역임을 알리고자 했던 명확한 슬로건은 소와 양이 풀을 뜯어먹는 친환경적인 초원을 보여주면서 유제품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이나 다른 산업에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굳혔다. 뉴질랜드는 친환경 국가로서 생산된 상품까지 건강하고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느 국가, 어느 지역이든 고유한 문화가 있기 마련이지만, 성공적인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문화의 특이성을 잘 활용해야 한다. 뉴질랜드의 사례처럼 이미지 구축이 잘 되면 지역산업과 더불어 관광산업이 발달하게 되며, 관광산업의 발달은 지역 신뢰도를 높이고 이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가치상승의 선순환작용이 이루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제주'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명확한 슬로건이 필요하다. 그동안 제주를 상징하는 많은 이미지를 여러 경로에서 일관성 없게 사용해왔지만, 이를 통일할 수 있는 특화된 이미지가 시급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Only Jeju'라는 슬로건은 제주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명확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제주(Only Jeju)에서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나타내지 못하면 제주이미지를 갖추기 어렵다. 전략적으로 잘 설계된 뚜렷한 이미지가 제주의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새로운 세대들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에 반응한다. 보이지 않아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알아내고 추천하는데는 기성세대 보다 훨씬 전문적이다.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제주가 어떤 곳인지를 검색하고,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지 검색할 때는 이미 늦었다.     

인간의 진화는 자연환경에 지배받기도 하지만,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들로도 진화한다. 보이는 세상보다 더 진화하고 있는 디지털 세상의 어디서나 '제주'를 알아보는 것만큼 더 가슴 뛰는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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