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취재1팀 차장

결자해지(結者解之),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解決)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이 일을 해놓고 일이 힘들거나 일을 끝마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그만두거나,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책임감 없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쓰인다.

최근 원희룡 지사의 '그동안 관행적으로 제주도의회 의원들에게 의원당 10억원의 예산을 배분해 왔다'는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원 지사는 제378회 도의회 제2차 정례회에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의원님들께 10억 원씩 배분해 왔던 예산을 2021년도부터 이것을 하지 않고 도민에게 돌려 드리겠다는 의회의 대승적 결단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회 의원들은 지난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원 지사의 발언을 '의회 망신주기식 발언'으로 규정하고 원 지사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또 이날 열린 제37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강민숙 의원이 "원 지사의 발언은 의원들에게 10억원을 떡반 나누듯이 나눠주고 의원들은 그걸 개인적으로 쓴다는 말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석 의장도 "의원 전체에 대해 상당히 도덕적인 문제를 제기한 표현인 거 같다"며 원 지사에게 "유감을 표명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원 지사는 "기조실장이 이미 전달했고, 기조실장이 얘기할 것"이라고 회피했다.

원 지사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김현민 도 기획조정실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다소 오해가 있었다. 도를 대신해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도의회 예결위가 투명성과 절차성을 확보하는 데 함께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표현을 도민께 알리고자 했던 것이 이번 도지사 발언의 진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은 원 지사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기조실장이 떠안는 모양새다.

일을 꼬이게 한 사람과 수습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은 올바른 조직이 아니다.  

일을 저지른 당사자가 깨끗이 책임져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도덕적이고 정상이다. 

좀 더 진정성 있고 솔직하고 도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도지사를 보고 싶다.

더 늦기 전에 꼰 매듭을 스스로 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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