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등 이주여성들의 폭력피해 예방과 인권보호를 위한 상담소가 전국 다섯번째로 제주지역에도 문을 열었다. 제주시가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23일 개소한 제주폭력피해이주여성상담소다. 상담소는 앞으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폭력 피해를 겪고있는 제주지역 이주여성에 대한 자국어 상담·수사·긴급 의료·수사 법적 동행 등 전문 서비스 지원을 수행하게 된다.

제주지역에서 결혼이주여성은 현재 40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제주지역 다문화 혼인비중은 도내 전체 혼인의 12%를 차지한다. 결혼한 부부 10쌍 중 1쌍 이상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에서 가장 높을뿐더러 전국평균(9.2%)을 훨씬 웃돈다. 다문화 혼인이 늘면서 지난해말 기준 도내 다문화가정도 4680가구를 넘었다. 10년전인 2009년(1440가구)보다 3.3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결혼이주여성은 이제 엄연한 제주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이들 결혼이주여성 중 상당수가 폭력과 인권침해에 노출돼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여성긴급전화1366 제주센터에 따르면 외국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피해 등 상담건수는 올들어 11월 기준 1526건에 달한다. 2017년에는 1651건, 2018년 1335건으로 매년 1000여건을 웃돌고 있는 것이다. 특히 90% 가까이가 가정폭력이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언어 장벽과 낯선 문화 등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믿고 의지할 데라고는 가정 밖에 없는데 되레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가정폭력을 당하고도 체류지위가 불안정한 이유 등으로 피해 신고도 못한다. 이번에 문을 연 폭력피해이주여성상담소가 도내 결혼이주여성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안전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사회도 편견과 차별없이 그들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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