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취재2팀 차장

장발장은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이름이다. 가난한 날품팔이 노동자였던 장발장은 자신과 가족의 굶주림에 못이겨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경찰에 체포돼 5년의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감옥에서도 누이동생과 어린 조카 일곱명 등 남은 가족의 생계가 걱정돼 4차례 탈옥을 시도하다 결국 19년간 감옥살이를 한다. 

장기수로 중년이 돼 출소한 그는 전과자라는 이유로 천대 받고 지내던 중 한 주교를 만나게 된다. 미리엘 주교에게 숙식을 도움 받아 살았지만 그는 은그릇을 훔쳐가다 경찰에게 붙잡힌다.

하지만 주교는 그에게 은촛대까지 내주면서 "장발장, 내 형제여. 당신은 이제 악이 아니라 선에 속했소. 내가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 값을 치렀소"라고 말을 해 준다.

장발장 이야기는 가난과 굶주림으로 빵 한 조각을 훔친 데 따른 형벌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점에서 오늘날 범죄를 저질렀지만 딱한 사정이 있는 이들에게 사례로 비유되곤 한다.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현대판 장발장 부자(父子)' 사건이 화제가 됐다. 아버지와 아들이 배가 고파서 한 마트에서 우유 2팩과 사과 6개를 훔치다가 적발된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마트 주인은 흔쾌히 이들 부자를 용서해줬으며, 마트에서 사정을 들은 한 시민은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사라졌고 또 다른 시민은 옷가지나 생필품을 주문하는가 하면 행정기관을 통해 후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부자에게 국밥을 건넨 경찰 역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장발장 부자의 사연을 언급하며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들의 온정에만 기대지 말고 복지제도를 통해 제도적으로 (이들을) 도울 길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살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천 장발장 부자 이야기는 '정(情)'이 메말라가는 세상에서 지역사회가 희망이 있고 따뜻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현대판 장발장 부자의 울림을 통해 추운 겨울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이 없는 지 돌아봐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