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한해가 저물어간다. 연말이면 회식이 정말 많다. 회사, 가족, 친구, 각종 동호회 모임이 잔뜩 몰려있다 보니 12월에는 살이 찌는 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특히 제주도 분들이 유독 모임이 잦은 편인 것 같다. 실제로 한의원 다이어트 환자들이 가장 비만치료를 힘들어하는 시기가 12월이다. 

우리 몸은 지방을 체외로 배출하는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 인류는 항상 먹을 것과의 전쟁이었기 때문에 잉여의 칼로리는 무조건 저장해두도록 발달해왔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무한대로 지방을 저장할 수 있다. 게다가 먹을 것을 항상 찾도록 식욕은 발달해왔다. 현대사회는 이런 식욕을 돋구는 맛있는 먹거리를 연구하고 만드는데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붓는다.

이렇듯 우리는 어쩌면 다이어트를 하기에는 정말 최악의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맛있는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하루 한 끼에서 두 끼만 먹고 8시간 노동을 하도록 만들어진 신체를 가지고 살아가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경우 살이 찌고 이로 인해 우리 신체가 예측하지 못한 각종 성인병에 노출이 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정부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써야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결국 내가 살이 찐 것은 어쩌면 나의 잘못이 아니다. 이토록 어려운 환경에서 정상 체중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일단 박수부터 쳐줘야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활동량은 줄어들고 신지대사율은 떨어진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살이 찌기 더 쉬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의 건강을 위해서 새해에는 다이어트부터 해보자. 어렵다라도 그 길이 유일한 길이고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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