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개발공사 노사 27일 각각 입장 발표
"행안부 지침 기준" VS "사측이 입장 번복"
임금협상을 둘러싼 제주도개발공사의 노사갈등이 심화하면서 노조 파업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노조는 27일 오전 9시부터 사상 첫 파업에 돌입했다.
노사는 26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2시까지 막판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 결렬되면서 노조는 예정대로 미출근 파업을 시작했다.
밤샘 협상이 결렬되자 강경구 도개발공사 경영기획본부장은 이날 오후 2시 제주시 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제주도개발공사에서 인터뷰를 진행, 사측 입장을 밝혔다.
강 본부장은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법 예산편성 기준에 따라 4.2% 이내에서만 임금 인상이 가능해 이 부분을 준수해야 한다"며 "기준을 어겨 단체협약을 맺으면 매년 어길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삼다수 공장은 정비를 위해 내년 1월 2일까지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지만, 파업이 지속된다면 가동시킬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삼다수 비축 물량을 감안하면 1~2개월 정도 시장에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귤가공 공장은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며 "감귤농가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관계당국 및 관련 기관과 협의해 최선의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도 이날 오후 2시30분께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6일 사측 제안으로 협상을 시작했지만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며 "노조는 설추석 상여금 120% 삭제 제안을 수용했지만 사측은 또다시 입장을 번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5.7% 복리후생비 지급에 합의키로 했지만 또다시 사측이 입장을 번복하면서 최종 결렬됐다"며 "경영진이 제주도정 등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거나 부당노동행위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섭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오경수 개발공사 사장은 밤샘 협상이 결렬되자 이날 오전 8시30분께 원희룡 제주지사와 면담을 갖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적체 현상을 빚고 있는 가공용 감귤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도에 따르면 현재 가공용 감귤 처리는 제주도개발공사와 일해, 롯데칠성 모두 3곳이 담당하고 있다.
본격적인 감귤수확기에 접어들면서 1일 평균 가공용 감귤 처리량은 1520t에 달한다. 이 가운데 37%(560t)를 처리하고 있는 제주도개발공사는 비상품 물량이 쏟아지면서 감귤가공 1공장에 이어 2공장까지 24시간 가동하고 있지만 적체 현상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처리 공장까지 가동이 중단되면 농협과 농가 등 가공용 감귤 적체 물량이 증가, 수매기간 지연에 따른 부패과 등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감귤 가격 하락 대책으로 제주도가 2L 규격(지름 67㎜ 이상~71㎜ 미만) 2만t까지 수매, 가공용 물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적체 현상은 심화할 전망이다.
현재 삼다수 생산 라인 등은 겨울철 정비기간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항만·물류 등 비축물량이 있어 향후 2개월은 생산·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파업 장기화 때에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앞서 도개발공사 노사는 7월부터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사측에 성과급 지급 등 근로자 처우 개선, 직급체제 개편, 근로조건 개선,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경영진이 단체교섭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노조는 지난 20일 오전 10시부터 21일 오후 11시까지 조합원들 605명을 대상으로 '제주개발공사노동조합 단체협약 체결 관련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97.26%로 가결됐다.
23일 지방노동위원회가 도개발공사 노조의 조정신청 건에 대한 조정을 진행했지만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되면서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