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담을 넘지 못하도록 우성1차아파트와 대유대림아파트 사이에 쳐놓은 철조망. 담장 철거문제로 빚어진 의견대립만큼이나 이웃간에 두터운 벽을 느끼게 한다.<강정효 기자>
 7개 아파트가 맞닿아있는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경계울타리 철거 문제를 놓고 입주민들간에 수년째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담장 철거에 찬반 양론이 팽팽한 갈등의 근원지는 제주시 일도2동 우성1차아파트와 수선화아파트, 대유대림아파트 3곳. 논란은 수선화와 대유대림에 사는 초등학생들의 통학불편 때문에 시작됐다.

 기이하게도 이 아파트단지는 수선화와 대유대림아파트 학생들이 단지 서쪽에 있는 동광초등학교로 가려면 400∼500m를 돌아가야 하는 구조. 이들 두 아파트 학생들이 짧은 거리를 택해 잦은 월장을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야간에는 일부 어른들도 눈치를 살펴 월장을 한다고 한 주민은 귀띔했다.

 학생들이 1.5m 높이의 담을 넘는 과정에서 담장 옆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밟는 바람에 차량이 파손되거나 학생들이 다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급기야 대유대림과 우성1차 사이 담장에는 철조망까지 쳐졌지만 월장을 막기엔 역부족.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부터 주민들 사이에선 담장 철거 논란이 본격화했지만 현격한 입장차이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갈등의 불씨만 확대됐다. 통학 및 통행거리를 단축해야 하는 쪽과 지금도 전혀 불편할 게 없는 주민들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

 결국 차량파손으로 직접적 피해를 보고있는 수선화아파트는 최근 전체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담장 철거 또는 통로확보 문제를 놓고 설문조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그 결과를 갖고 담장 철거에 반대하는 아파트 주민들을 설득한 뒤 여의치 않을 경우 제주시에 중재도 요청할 계획.

 수년간 계속돼온 의견대립으로 자칫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져 주민들간에 돌이킬 수 없는 앙금이 생길 우려가 있는 만큼 이웃 간에 벽을 허무는 노력이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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