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농가 시장격리 현장을 가다

28일 최근 SNS를 통해 유명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동백나무 군락지 인근 감귤 밭에 산지폐기된 감귤들이 널브러져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이은지 기자

위미리 동백군락 탐방로, 썩은 감귤로 악취 진동
과수원 방치 처리방식 농가 방제비 부담 떠안아

"풀베기·전정 등 내년 농사 방해...방식 개선해야"

28일 오후 4시30분. 짧은 겨울 해 덕분에 해는 뉘엿뉘엿 기울이고 연일 옷깃을 끌어당기는 추운 날씨에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동백나무 군락지는 2㎞ 떨어진 골목 입구에서부터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차들로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최근 SNS를 통해 겨울철 제주를 방문하면 꼭 들러야 하는 사진 명소로 입소문을 탄 탓이다. 

간신히 주차하고 입구에 들어서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마다 붉은 꽃망울을 가득 터뜨렸던 동백꽃은 거의 떨어져 자취를 감췄다.

대신 군락지 주변에는 아직 수확하지 못한 주황색 감귤이 관광객 발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동백나무 군락지 탐방로를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자 알 수 없는 악취가 풍겨왔다. 

주변을 두리번거린 지 한 두 번, 곧 악취의 진원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군락지 주변 감귤과수원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귤이 널브러져 멀리서부터 악취 근원을 짐작하게 했다. 

군락지 주변을 걷던 몇몇 관광객은 썩은 감귤에서 나오는 악취에 코를 잡았고 감귤이 과수원에 버젓이 널브러진게 신기한지 기웃기웃했다.  

가까이서 확인해보니 과수원 입구를 가득히 덮은 감귤은 상품 일부와 판매하지 못하는 비상품 감귤이었다. 

최근 제주도가 감귤가격이 하락하자 상품 일부와 비상품 감귤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하면서 농가는 과수원에 감귤을 버리는 산지폐기 형식으로 감귤을 처리하고 있다.

농가가 산지폐기하는 감귤은 매립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지만, 행정이 가공용 감귤 처리난 등을 이유로 산지폐기를 추진, 농가는 감귤 부패로 인한 병해충 걱정과 방제비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개인 과수원에 1년간 피와 땀을 흘려 길러온 감귤을 버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관광객 이희성씨(53·전주시)는 "동백나무 군락지 주변을 걷다가 아까운 감귤이 널브러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탐방로 주변 악취나 미관저해 등 각종 민원이 발생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처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씨(40·동홍동)는 "감귤을 개인 과수원에 버리면 풀베기, 전정 등 곧 내년 영농작업을 시작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처리난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산지폐기 방식은 공감하지만, 개인 과수원이 아닌 다른 곳에 모아서 폐기하는 등 다양한 처리 방법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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