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서귀포의료원장

다른 일도 많은데 굳이 의료정책까지 포럼을 만들자고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스마트 헬스케어가 제주의 미래 먹거리산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해오던 일차산업, 관광, 건설업이 곳곳에서 이상신호를 보내고 있다. 헬스케어센터로 상징되던 의료관광도 삐걱거리고 있다. 영국, 캐나다 같은 나라는 공공의료의 비중이 병상 수 기준으로 거의 백 프로에 가깝고 민간의료의 천국 미국도 20%가 넘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공의료의 비중이 기형적으로 낮아서 10%도 안 된다. 국가의료를 전적으로 민간에 의존하다 보니 계획적인 투자나 효율적인 자원의 분배 같은 것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유방임의 결과로 돈이 된다 싶으면 과잉투자가 이루어지고 인구가 감소하는 농어촌지역에는 응급실, 분만 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시설마저 없는 곳이 허다하다. 제주도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복지 분야 예산이 제주도 전체예산의 20%를 넘었는데 의료는 복지 특히 노인복지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제주도 의료정책은 과연 거버넌스가 존재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이런 이유만으로도 의료정책포럼은 필요하다.

더 큰 이유는 제주미래의료정책 포럼에서 주로 다루게 될 스마트 헬스케어가 제주의 미래 먹거리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빼고는 진료권이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된다. 새로운 국가정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전체 미래의료정책의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왔다. 제주도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블록체인기술 등을 접목한 스마트 헬스케어를 먼저 시작한다면 우리나라 전체 스마트 헬스케어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스마트는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지금까지 단점으로 작용했던 제주도의 적은 인구와 공간적인 특성은 스마트시대에는 더 이상 단점이 아니다. 반대로 각종 규제나 기득권집단의 저항을 피해갈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세종시 등 많은 시, 도에서 이미 미래의료정책포럼을 하고 있어서 제주도는 많이 늦은 편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의료계의 반대 같은 이유로 그동안 '원격진료'로 대변되어 왔던 스마트 헬스케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많은 민간 기업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역시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왜 제주도여야만 하는가. 제주도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가진 특성이 스마트 헬스케어산업을 육성하고자하는 정부정책과 만나면 폭발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늦었지만 늦은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미래 헬스케어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제주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런 모든 것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제주미래의료정책 포럼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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