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선 채로 천년을 살면 무엇이 보일까」
손묵광·이달균 지음/마음서재

"귀 기울이면 절에서도 숨비소리 들릴까…". 시인의 소리는 선문답이다. 질문이기도 하고 답이기도 하다. 눈을 맞추니 열렸다는 사진작가의 귀띔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돌로 쌓아올린 옛 사람의 흔적이기도 하거니와 한 시대를 풍미한 상징이기도 한 것들을 따라 손묵광 작가(사진)와 이달균 시인(글)이 철원에서 제주까지 동행을 했다. 그 걸음은 더디지만 묵직했다. 정성과 기원을 담아 오랜 역사의 굴곡을 버티며 자리를 지킨 것들이다. 쉬이 마음을 내줄 것 같지 않은 것들과 눈과 가슴을 맞춘 수고가 기억이나 기록으로 채우지 못했던 여백을 채운다. '그저 돌 하나 던져 깊이를 가늠할 뿐'이었다는 낮춤의 미덕도 탑에서 배웠다. 마음서재.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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