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장·논설위원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지혜의 첫걸음이라고 하였다. 얼른 생각하면 자기 자신을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여길 수 있으나,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생각 외로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보다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필자도 역시 그랬다. 보통 사람들보다 아는 것도 많고, 착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의과대학 본과 3학년 때에 정신과를 배우면서 내가 얼마나 사회성이 모자라는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아리스텔레스의 주장대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에 견주면 사회성이 없는 사람은 그저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사회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내 나름대로 정한 것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 하며,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다."

내쇼날이라는 상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자제품을 만든 일본 마쓰시다전기회사(松下電氣)의 마쓰시다 고조스께(松下幸助)회장은 말년에 "나는 어려서 건강이 안 좋았기 때문에 건강의 중요성을 일찍 알아 조심하였기에 이렇게 오래 살 수 있었다. 나는 어려서 가난하였기에 돈의 가치를 알아 이처럼 부를 이룰 수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를 4년밖에 다니지 못 하여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일찍 알았다. 그래서 배우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고 고백하였다.

필자는 80을 내다보는 나이가 되어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남들보다 아주 조금 일찍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 것이 오늘의 내가 있게 된 동기가 아닐까 여겨진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라도 더 알려고 노력하였다. 책이나 신문을 읽고 세미나에 열심히 참여하며,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가 알려고 노력했다. 글을 쓰고 나면 다른 사람들의 비평에 귀 기울이려고 애썼다.

내가 좋은 남편, 좋은 아들, 좋은 아버지, 좋은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좋은 남편, 아들, 아버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였다. 살아가면서 부모님들을 아시는 분들과 만날 때마다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좋은 부모였으며, 다른 이웃 부인들을 보면서 내 아내와 결혼한 것이 나에게 얼마나 행운이었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자식들 때문에 속 썩는 부모들을 보면서 우리 애들이 얼마나 착한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감수성이 적어 미술이나 음악에 둔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시회나 음악회를 쫓아 다녔으며, 제주문화원이나 제주국제관악제, 김영갑 갤러리에 관여하면서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다. 논리적 글은 자주 썼으나, 문학적 글쓰기는 또 다른 분야여서, 제주문화원에서 개설한 문화대학에서 1년간 수필쓰기를 공부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선천적 소양이 필요한 것인지 지식을 쌓는데 그치고 지혜로 발전하는 데는 성공을 거두지 못 했다. 

병원에 있다 보니 돌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들 모두 돌아가실 때에는 빈손으로 가셨다, 그렇게 애써서 모아둔 돈을 쓰지도 못 했을 뿐만 아니라, 자식들이 그 돈으로 말미암아 다툼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쓰기에 벅찰 정도로 많은 돈을 쌓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생전에 그 돈을 좋은 곳에 썼다면 얼마나 주위의 존경을 받았을까 생각하면 그 분들의 인생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아버님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잘못을 참지 못하는 버릇이 있었다. 시간을 어기는 사람들을 보면 남의 귀중한 시간을 어쩌면 저렇게 도둑질 할 수 있을까 화가 나고, 교통법규를 어기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그러나 살다보니 나도 늦을 때가 있고,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교통법규를 어길 때가 있었다. 말다툼을 하고 나면 나도 잘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용서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봉사활동도 마찬가지다. 봉사활동을 통하여 행복을 느끼게 되니 봉사 역시 나를 위한 것이다.

새해에 이 모든 것들을 도민들도 하루 빨리 알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해서 도민 모두가 행복해 하는 제주도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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