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취재1팀 차장

불교의 아미타경(阿彌陀經) 등 불교 경전에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가 등장한다. 바로 공명조(共命鳥)다. 글자 그대로 목숨을 공유하는 새로 히말라야산맥 설산에 산다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공명조의 한 머리는 낮에,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가 화가 나서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다. 결국 두 머리는 죽고 말았다. 

공명조는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는 운명공동체라는 가르침을 준다.

교수신문은 지난해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뽑았다. 

서로 싸우다가 결국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무너진다고 평가한 것이다.

극심하게 대립한 우리 사회에 대한 지적이자 이러다가는 둘 다 죽어버릴 수 있다는 경고다. 

이런 경고는 중앙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제2공항 건설 문제를 비롯해 각종 현안마다 대립과 갈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집행기관인 제주도와 의결기관 제주도의회의 대립을 지목할 수 있다. 

제주도의 2020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는 제주도의회 제2공항 특위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요구했지만 제주도는 끝내 거부했다.

제주도내 상·하수도, 대중교통, 쓰레기 처리, 주차문제 등 4대 분야의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제주도의 시설공단 설립은 도의회 관문에서 또다시 가로막히면서 사실상 올해 상반기 설립이 불투명해졌다. 

제2공항 공론화를 놓고도 제주도와 도의회 간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제주도의회가 원희룡 도지사 면담 요청 및 '제2공항 갈등 원인 분석을 위한 갈등영향분석 용역'을 추진키로 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간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제주도민이라는 한 몸에 뿌리를 두고 있는 두 개의 머리다. 한 머리가 독약을 마시면 몸과 함께 공멸하게 된다.

그 피해는 양 기관뿐 아니라 고스란히 도민에게로 돌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고 제주도가 미래 발전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한 머리가 아닌 모든 머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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