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무엇인가를 마감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기점이 있다는 것, 낡은 것과 좋지 않은 기억을 털어버리고 새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희망과 기대 속에 출발한 새해 벽두부터 국제정세는 만만치 않고,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 또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외부환경뿐만 아니라 내부환경 또한 만만치 않으니 올해도 도전과 위기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9' 보고서에 따르면 2067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46.5%(1800만 명)에 달하는 반면,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45.4%(1740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결국 청년·중장년층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된다는 뜻이다.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응정책은 지난 십 수 년간 153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였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구감소, 특히 청년층의 유출로 자치단체가 사라지는 소위 '지방소멸' 현상은 우리에게 다가 올 어둡고도 확실한 미래이며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20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에서 발표된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에 의하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2.5%에 해당되는 97개 지역이 지방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출판된 '지방소멸'에서 저자는 동경을 비롯한 대도시로의 인구집중과 그 외 지역의 소멸이 동시에 진행되며, 인구밀집지역의 출산율이 대체로 낮기 때문에 인구감소가 가속화됨을 지적한다. 우리나라 또한 거의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리라 예상된다. 결국 현재와 같이 수도권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구조가 지속되는 한 국가 경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지속가능성은 약화된다. 결국 해답은 지방분권을 통한 지역경쟁력의 향상에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국가 실현을 강조했었다. 당시 학자들이 자조적으로 말하던 '2할 자치'를 극복하고 적어도 국가와 지방이 6:4 정도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재정분권과 자치분권을 통해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은 별 진전이 없이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번 정권 들어 지방분권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물론 있었다. 자치분권위원회를 중심으로 2018년 9월에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마련했고, 작년 2월에는 시행계획을 마련했다. 지난 7월부터는 자치분권 사전협의회를 시행한 것도 성과중 하나다. 그러나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법안들은 공수처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 속에 주목받지 못하고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지방세법과 지방세기본법,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지방재정법, 부가가치세법 등 5개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간신히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지방이양일괄법은 여전히 계류 상태다. 

지방이양일괄법은 지방관리항에 대한 항만개발 및 관리, 외국교육기관의 설립 승인, 새마을금고 설립인가 등 각 상임위원회에서 동의한 400개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수 십 년 간 민간전문가와 공무원들의 노력의 정수이자 자치분권의 핵심이 될 지방이양일괄법이 국회에서 심의할 위원회가 없다는 이유로 좌절을 거듭해오면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실패해 왔었다. 다행히 이번 정부 들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일괄법안을 받아주기로 함에 따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지방이양일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까지 오게 됐다. 4월 총선일정을 감안하면 20대 국회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만일 20대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21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법률안이 반드시 5월까지 통과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높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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