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청 제주한라대학교 응급구조과

어릴 적부터 커다란 빨간 자동차를 이끌고 위급한 생명의 불씨를 다시 피워내기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을 동경해왔는데, 그들과 한 몸이 되어 직접 옆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과 혹시나 실수를 해서 피해를 끼치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에 긴장이 됐다.

제주소방서에 배정을 받아 항만119센터로 가게 되었는데 모든 반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긴장이 많이 풀렸던 것 같다. 첫날에는 기본적인 장비사용법이나 구급차의 제원과 구조에 필요한 각종 장비가 구비되어 있는 위치와 사용방법을 알려 주셨고 특히 분리형 들것 같은 장비의 경우 한 반장님은 들것에 직접 누워주셔서 들어보고 분리하는 것 까지 연습할 수 있게 해주셨는데 사소하다고 볼 수 있지만 내게 온 감동은 절대 사소하지 않았다.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첫 출동을 하게 되었다. 환자는 하복부 통증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환자였는데, 반장님이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환자의 주호소와 병력, 활력징후를 알아내는 과정을 눈앞 에서 보게 되었는데 환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친숙한 말투와 적절한 처치에는 얼마나 많은 출동이 있었는지를 가늠케 할 수 있었다. 또 밥을 늦게 먹게 되거나 먹다가 나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 마다 새삼 일상에선 알 수 없었던 구급대원들의 노고를 뼈저리게 느끼며 존경할 수 있었고 내가 가야할 길에 대한 내 마음가짐을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수고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주취자들의 전화는 끊이질 않았고, 심지어는 거동이 불편한 것도 아닌데 병원에 가려고 119신고를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정작 필요한 곳과 때는 따로 있는건데... 하지만 어떤 환자든 최선을 다하시는 반장님들을 보니 정말 '멋있다'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출동 중 몇 번은 뒤가 아닌 앞에서 무전 소리를 들으며 운전석 옆에 앉아 이송을 경험하기도 했는데 뒤에서 보는 구조만이 구조가 아니라는 것과 앞에서도 누구보다 환자와 구조대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 차려 뭔가 죄송한 마음까지 들기도 했다. 그리고 구급차가 도로에 나섰을 때 양보해주시는 차량운전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어 놀랐다.

4주간의 소방 실습은 내 꿈을 더욱 견고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고 다신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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