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은 경제난 고통-공무원은 승진잔치…제주도 행정조직 대수술 시급

15일 상반기 인사서 291명 등 매년 수백명씩 승진…도본청 5급 이상 승진비율 45.5% 높아
행정조직 확대, 베이붐세대 퇴직 영향…조직개편 없어 3급 부이사관은 경쟁 없이 자동승진

도민들이 경제난에 시달리는 반면 제주특별자치도 공직사회는 '승진잔치'를 즐기고 있다. 예전에는 승진소요연한을 채워도 치열한 내부경쟁으로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업무 능력·성과에 상관없이 기한만 도래하면 '자동승진' 현상도 발생, 기구 축소 등 행정조직 대수술이 시급하다.

△매년 수백명씩 승진행태 반복

오는 15일 단행될 공직사회의 올 상반기 인사 규모가 확정됐다. 
제주도와 2개 행정시에 따르면 승진 규모는 도본청 123명, 제주시 113명, 서귀포시 55명 등 291명이다. 

올 상반기 승진규모는 2019년 상반기 313명(도본청 103·제주시 161·서귀포시 49)에 비해 줄었지만 매년 수백명씩 승진하는 인사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도내 주요 정책을 결정, 도민들의 삶과 지역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도본청 소속 5급 이상 간부공무원들도 '승진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1일 민선7기 출범직후 도본청 행정조직 13국·49과·200팀을 15국·60과·236팀으로 확대, 5급 이상 간부공무원의 승진자리를 늘렸기 때문이다. 직급별로는 3급 2자리, 4급 8자리, 5급 36자리가 늘었다. 

이처럼 행정조직 확대로 승진자리를 늘린 결과 5급 이상 간부공무원 승진 규모는 2019년 상반기 59명, 2019년 하반기 58명, 2020년 상반기 56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30%를 넘는다. 

특히 오는 15일 올 상반기 인사에서 도본청 소속 5급 이상 간부공무원의 승진비율은 45.5%로 2019년 상반기 30.7%를 웃돌고 있다.
 
△'공무원 공화국' 오명 자초

제주도 공직사회가 승진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도민들의 경제난은 심화, '제주=공무원 공화국'의 오명을 자초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 인사부터 간부공무원들이 승진혜택을 입고 있지만 건설·관광 부진과 농산물 가격 하락 등 경제난 극복 성과는 기대 이하에 그치고 때문이다. 

공직사회가 매년 경제난 극복을 강조했지만 2018년 제주지역내총생산(GRDP)이 10년만에 마이너스(-1.7%)로 주저앉은데 이어 지난해 역시 0.5%대로 불황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미성숙 공무원에 불이익을 부과할 행정조직 개편은 오리무중이다. 

오는 15일 실시될 올해 상반기 인사만해도 3급 승진자리 9개 중 '3년 이상'의 최저 승진소요 연수를 충족시키는 4급 간부공무원이 5명에 불과, 기한만 충족하면 승진하거나 업무성과에 상관 없이 '자동승진'하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대해 도 관계자가 "도의회에서 시설관리공단 설립 조례를 계속 보류, 조직개편이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승진할 수 있도록 기구 축소 등 행정조직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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