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국 제주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중국 남북조시대에 남조의 송(宋)·제(齊)·양(梁) 3대에 걸쳐 벼슬을 한 임방(任昉)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박학다식한 인물로 읽지 않은 책이 없다고 일컬어질 정도였으며, 상주문에도 능해 당시 왕공대인들 가운데 황제에게 상주문을 올릴 때 그에게 대필을 부탁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문선(文選)에 실린 임방의 글 가운데 '자신은 물고기 눈알처럼 쓸모없는 사람인데도 조정에서 값진 보옥처럼 사용하였다'라고 자신을 발탁한 조정에 대해 감사를 표현한 글이 있는데, 당(唐)나라의 이선(李善)이 이 구절의 주(註)를 달면서 한시외전(韓詩外傳)의 "물고기 눈알은 구슬과 흡사하다"는 구절을 인용한데서 유래하여 '어목혼주(魚目混珠)'는 가짜가 진짜와 뒤섞여 있는 상태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현재 우리는 어목혼주의 시대, 즉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휴대전화를 통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의 의사를 널리 알릴 수 있게 된 반면 이를 악용하여 거짓된 정보로 이익을 취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거짓 정보 중에서도 뉴스 형태를 띤 가짜뉴스는 일반인에게 진실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다.

특히 선거가 다가오면 가짜뉴스가 대량 생산·확산되는 경향이 있는데, 가짜뉴스라는 말도 2016년 미국 대선과 함께 급부상하였다. 당시 '교황 프란체스코가 도날드 트럼프를 지지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다' 등 여러 건의 가짜뉴스가 큰 이슈가 되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도 더 많이 확산되어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2017년 9월에 실시된 독인 연방하원의회선거에서도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에 반대하는 여론 형성을 목적으로 극우 진영에서 난민유입과 범죄율 증가를 연결시키는 가짜뉴스를 상당수 생성·유포하였고, 같은 해 일본 중의원선거에서도 여러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17년 대통령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적발한 가짜뉴스가 3만건을 넘었다.

가짜뉴스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일례로 2016년 미국 대선의 경우 가짜뉴스가 트럼프의 승리에 기여했다고 평가가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가짜뉴스가 이처럼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 현상을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자신의 가치관이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그 정보를 믿고 따르려고 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특정 성향으로 편중된 가짜뉴스가 제공되었을 때, 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그 정보를 믿고 재확산 시키는 것이다. 더욱이 선거가 임박하여 유포되는 가짜뉴스의 경우 그 진위가 판별되기도 전에 이미 선거가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올해 4월 15일에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제주도선관위에서는 비방·허위사실공표 전담 TF팀을 편성·운영하여 가짜뉴스에 신속하게 대처할 예정이다. 그러나 선관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유권자 또한 인터넷·SNS를 통해 접한 정보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진실로 여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2020년 경자년의 경은 금(金)을, 자는 수(水)를 뜻하여 '큰 바위에서 물이 콸콸 솟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번 4.15 총선에서는 제주도민들이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큰 바위가 되어 도민의 바람과 희망을 용천수처럼 콸콸 솟아내는 희망찬 한 해의 주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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