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제주대학교 공학교육혁신센터 겸임교수·논설위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창설 70주년을 맞이했다. 나토 출범의 역사적 배경을 보면 사회주의 체제 수장이었던 소련(구러시아)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국과 추축국의 최대 전투 지역이자 결정적 승부처였던 독소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결과 소련은 독일이 지배했던 동유럽 지역을 장악했고 동유럽 제국을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시켰다.

이에 따라 NATO는 소련을 맹주로 한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에 대항하고 자본주의 및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미국을 수장으로 한 서구 진영의 군사적?안보적 동맹 체제로 출범했다. 소련 역시 NATO에 대항하기 위해 동유럽 제국에 기반한 군사적 동맹 체제인 WTO(바르샤바조약기구)를 결성했다. 이후 NATO는 냉전체제 시기 소련의 영향력이 전유럽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해 서구 중심의 자유주의 체제를 수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20세기 말 소련은 고르바초프가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했으나 실패하면서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시장 경제 체제로 전환됐으며 연방 체제는 붕괴됐다. 이에 따라 소련 지배하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 역시 무너져 시장 경제 체제로 이행했고 WTO 역시 해체되면서 NATO는 냉전체제 이후의 새로운 국제 정세에 놓이게 됐다.   

 21세기에 들어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패권의 양대 산맥으로 등장해 NATO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은 1970년대 말 이래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한 이후 유례가 없는 고도의 경제 성장으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해 미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현 시기 중국은 경제 성장 속도가 일정 정도 둔화되었지만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통해서 향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 대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정치 체제는 공산당 독재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방식에서도 권위주의적 기조에서 전혀 탈피하지 못한 모습을 극명히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현 단계 미국의 글로벌 패권 도전자이자 향후 세계 패권 잠재국으로서 중국의 권위주의적 전략은 자유주의 체제의 수호자로서 NATO에게 새로운 전략적 과제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과거 NATO의 최대 위협 세력이었던 러시아는 푸틴의 장기 집권 체제하에 중국과 함께 권위주의적 동맹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즉 중국은 고도 경제 성장에 토대를 둔 막대한 군사비 지출을 통해 군사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고 러시아는 과거 사회주의 체제의 유산인 막강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국제 동맹 체제에 대한 대응은 21세기 민주주의 체제의 수호자로서 NATO의 가장 중대한 전략적 과제로 사료된다.

현 단계 NATO는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 전략에 따라 서구 진영과의 국제 동맹을 경시해 동맹간 응집력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나토는 재정적으로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불균형적 구조를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므로 유럽 회원국은 군사비 확충을 통해 NATO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의사 결정 구조에서 미국의 일방적 리더십에서 벗어나 균형적이고 협력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음으로 러시아에 맞서 NATO는 동유럽 등 보다 많은 유럽 제국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고립을 가속화하는 것이 긴요하다. 궁극적으로 NATO는 중국과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동맹 체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유럽과 대서양의 협소한 틀에서 탈피해 비유럽권과 비대서양권을 향한 외연 확대를 통해 국제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범세계적인 군사적?안보적 동맹 체제로 전략적 위상과 과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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